전국문학인 제주포럼 무엇을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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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한국문인협회 이사 작가/논설위원

‘문학의 숨비소리, 제주’란 주제로 지난 13일부터 3일 동안 제주오리엔탈호텔과 제주목관아에서 열린 2017 전국문학인 제주포럼 행사가 막을 내렸다.

이 행사에는 일본,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방의 작가 80여 명이 초청되었고 많은 제주의 문인들, 도민과 문학동호인들이 함께하여 사전행사, 문학백일장, 토요북콘서트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만들었다. 초청받지 못했지만 자비를 들여 일본 또는 서울에서 참가한 작가들도 더러 있어서 행사에 거는 기대가 자못 컸다. 이렇게 성대한 대회가 되기까지 행사를 주관한 조직위원회의 역할은 당연했지만 행사를 주최한 제주시의 행·재정적인 협조와 지원의 힘이 매우 컸다. 재일제주인 김시종 시인도 행정이 문학인 포럼에 예산을 지원하는 사례는 일본에서도 없는 매우 감동적인 행사라고 했다. 일본에는 문학동호인 단체는 있어도 한국에서와 같은 거대 문인단체는 없다고 일본에서 온 김길호 소설가가 전했다.

제주에서 전국문학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문학 행사는 처음이어서 제주문인들에겐 기대와 우려가 함께했다.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긴 하지만 만여 명의 문인들을 거느린 양대 문인단체,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작가회의의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제주에서는 제주문인협회와 제주작가회의가 화합하여 제주문학의 집을 만들어 공동 운영하고, 제주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한 건물 안에 마주하여 사무실을 두고 서로의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만 두 단체가 공동 사업을 하기란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그것은 이념문제만은 아닌 두 단체가 양립해 오면서 부딪히고 오해가 쌓이면서 생긴 미묘한 관계 때문 대면조차 꺼린다. 그런데 한국문인협회에서는 이사장을 비롯한 임원 대부분이 참석했고 한국작가회의에서는 사무총장을 비롯한 각 지역 회장들이 참석하여 대화의 장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도 이번 행사의 의의는 크다.

현대 한국 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여러 문제를 단 한 번의 포럼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문학의 외연과 경계를 말하다’, ‘인문학의 위기, 문학의 미래’, ‘항구의 문학, 그리고 삶’, ‘스마트시대 문학의 향방’, ‘향토문학의 저력과 발전 방향’ 등 5개 세션의 주제는 한국문학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성찰과 해법 방안 모색이라는 점에서 제주에서 불기 시작한 문학의 화두가 서울로 북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제주출신 김시종 시인이 89세의 노구를 이끌고 제주에 와서 후배들에게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경계인으로서의 문학 활동의 어려움과 투쟁으로서 이룬 문학적 업적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시인으로 살아가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시인이 주변의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나아가서는 변동하고 있는 시대, 꿈틀거리는 사회 상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인의 현실 인식 문제와 자세에 대해 후배들에게 유언과 같은 말을 남겼음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행사에 참석한 문인들은 저마다 이번 행사의 의의를 높이 평가했다. 제주포럼이 앞으로도 매년 문학인들의 교류의 장이 되면서 한국문학의 발전과제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는 자리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특히 한국문인협회 문효치 이사장은 지금까지 제주의 아름다운 외면을 보아왔다면 이번 행사를 통해 제주의 아픔을 극복한 아름다운 내면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첫 행사라 전국의 문인들이나 애호가, 문학 담당 기자들에게 홍보가 부족했던 점, 행사 시기 문제 등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다. 내년에는 문인들에게 좀 더 관심 있는 이슈 선정과 파급력을 가진 문인들을 초대해서 명실상부한 전국문학인 포럼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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