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의(熟議)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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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숙의민주주의’는 말 그대로 숙의(熟議)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심의민주주의 ’라고도 한다. 여기서 숙의는 깊이 생각하고 충분히 논의한다는 뜻이다. 포인트는 최대한의 동의를 끌어내고, 합의에 이를 수 있을 때까지 노력을 기울이는 거다.

숙의민주주의는 합의적 의사결정과 다수결 원리의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법을 정당화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 단순한 투표를 넘어선 실제적 숙의라는 점에서 전통적 민주주의 이론과 다르다. 대의(代議)민주주의 결함을 보완하고 있어 갈등이 많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공론조사는 숙의민주주의의 대표적인 여론 수렴 방식이다. 1988년 제임스 피시킨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처음 창안했다. 확률 추출을 통해 선정된 대표성 있는 시민들이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학습과 강연, 토론 등 숙의 과정을 거쳐 결론을 도출하는 게 핵심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충분한 학습과 이해를 한 후 내리는 판단인 만큼 신뢰할 수 있고, 정책에도 반영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요즘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유다. 전 세계 27개국에서 107건의 공론조사가 진행됐다는 게다. 가깝게는 지난 4월 몽골이 공론조사를 통해 개헌 방향을 정했다.

▲신고리 5ㆍ6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를 놓고 벌어진 3개월간의 숙의 과정이 최근 막을 내렸다. 첨예한 찬반갈등 대립 속에 문제 해결을 위해 공론화위원회가 가동됐고, 시민참여단의 4차례 공론조사가 실시됐다. 이를 통해 공론화위는 ‘공사 재개’ 권고안을 내놓았고, 정부는 수용했다.

그 과정에서 이뤄진 공론조사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된 숙의민주주의 방식의 의사결정이다. 그 결과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471명의 시민참여단은 작은 대한민국이었다”며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결과에 대해서도 승복하는 숙의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론화 과정을 계기로 앞으로 다른 사회적 갈등 사안에도 공론조사를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제안이 적잖다. 갈등이 극심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때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방법으로 공론조사가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상당히 일리가 있다.

그나저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원점 재검토를 촉구하는 성산읍 주민과 시민단체의 천막ㆍ단식 농성이 16일째로 접어들고 있는 게다.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 없지만, 만약 제주의 공항 인프라 확충이 숙의민주주의 과정을 거쳤으면 어땠을까. 물론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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