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 30대 여성 총리가 탄생했다. 나이가 이제 37세,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는 있지만 아직 자녀는 없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정치권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도 없다.

오래 산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아직도 뭘 모르는 젊은이로 보임직하다. 그러나 그는 17세 때 노동당에 가입했고 28세에 국회의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달 총선에서 제2당이 됐지만 다른 군소정당들과 손잡고 연정을 구성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당당히 국가 지도자 반열에 올라섰다.

30대 국가 지도자들이 세계적으로 많은 건 아니나 없는 것도 아니다. 최근 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오스트리아 국민당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대표도 아던 총리처럼 곧 연정을 구성해 총리가 될 게 확실하다. 그의 나이는 31세다. 세계에서 가장 나이 어린 국가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전망이다.

그 다음 어린 지도자는 이탈리아 중부 산악지역에 있는 도시 국가 산마리노 공화국의 엔리꼬 카라토니 집정관으로 32세다. 그리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전불사도 마다하지 않는 북한의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34세로 그 뒤를 잇는다.

산마리노 집정관은 간선제로 뽑고 김정은은 사실상 1인 독재체제에서 권력을 승계했다는 점에서 다른 지도자들과는 다르다. 이 밖에도 30대 국가 지도자들이 네다섯 명쯤 된다. 그 중에는 지난 5월 선거에서 승리한 39세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있다. 30대라면 그야말로 연부역강한 나이다.

이처럼 한 나라에 젊은 정치 지도자가 나올 수 있는 건 그 사회가 정치 꿈나무들을 잘 키웠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경우만 보아도 알 수 있다. 20대에 국회의원이 된 아던 총리는 벌써 4선 국회의원이다. 이번 총선에선 23세 여성 국회의원도 나왔다. 클로에 스워브릭 녹색당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학교 졸업 후 기자와 커피숍 사업을 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은행원을 하다 26세 나이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도 있다.

물론 한국에도 젊은 나이에 정치를 한 사람들이 있다. 3대 국회 때 26세의 나이로 국회의원 배지를 단 김영삼 전 대통령이 최연소 기록을 갖고 있고 이 밖에도 20대에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몇 명 있다.

하지만 그런 예는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기다. 20대와 30대 연령층 국회의원을 보면 17대 국회 때 23명으로 정점을 찍었으나 그 이외에는 10명 미만이다. 20대 국회에선 단 3명이다.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나 명망가들이 아니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 그런 사람들이 정치를 잘할 것이라는 환상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국회의원이 성공한 사람들이 올라가는 자리라고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운동권이라도 되지 않으면 젊은 나이에 정치권에 들어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은퇴할 나이가 훨씬 지난 84세, 78세, 76세에 금배지를 다는 사람이 나오는 것도 아마 그런 맥락일 것이다.

정치인은 매우 바쁜 직업이다. 국민과 국가에 대한 봉사 정신이 투철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다. 사람들을 만나고 문제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랄 판이다. 경험과 연륜도 중요하지만 단단한 체력이 뒷받침돼야 하는 이유다.

물론 젊다고 유리하다고 말할 순 없다. 나이에 걸맞은 젊음과 패기가 있지만 경험 부족이라는 아킬레스건도 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국민들이 젊은 지도자를 선택한 건 나이가 아니라 새로운 리더십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