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국가 살림살이 책임지는 예산전문가…“고향은 삶의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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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으론 첫 기재부 예산총괄과장, 국장 등 이력
미래창조과학부선 과학기술·연구개발 예산 편성 전담
“정체성 확립해 준 고향에 돌려줄 빚 있다” 애향심 피력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출범한 중앙행정기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정책을 수립하고 예산 및 세제를 총괄한다.

 

한마디로 국가 예산, ‘나랏돈’을 틀어쥐고 있으니 그 권한도 막강하다.

 

문성유 사회예산심의관(53)은 중앙부처 중 ‘갑 중의 갑’이라는 기재부에서 국방예산과장, 예산정책과장 등을 거친 후 제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산총괄과장, 재정기획국장 등의 핵심 요직을 역임하면서 제주인으로서의 긍지를 높이고 있다.

 

▲예산전문가로 성장

 

문성유 기재부 사회예산심의관은 1989년 행정고시(33회)에 합격한 후 1990년 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그는 1994년 부처 간 인사교류에서 기재부를 지원, 예산전문가로서의 길을 걷게 된다.

 

기재부의 전신인 경제기획원의 국민생활국 사무관과 재정경제부의 경제정책국 사무관을 거쳐 1999년 기획예산처의 예산관리과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그 후 그는 기획예산처 교육문화예산과장, 균형발전협력팀장, 국방재정과장, 국방예산과장을 섭렵했고, 2010년 부이사관으로 승진한 후에는 지식경제예산과장, 예산제도과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1년 제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예산총괄과장에 올랐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기재부의 예산총괄과는 400조가 넘는 정부 예산을 큰 틀에서 배분하는 예산실의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예산총괄과장에 오를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는데 현 예산총괄과장도 제주 출신 조용범 부이사관이다.

 

▲일자리 창출과 사회양극화 해소에 온 힘

 

지난달 기재부의 재정기획국장에서 사회예산심의관으로 영전된 그는 일자리 창출과 사회양극화 해소에 전력을 쏟아 붓고 있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이 일자리 창출과 사회양극화 및 저출산 해소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에 있는 만큼 이를 예산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예산심의관은 노동과 고용, 교육, 문화, 환경, 보훈 관련 예산과 공공투자의 총사업비를 관리한다”는 그는 “일자리 창출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예산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는 물론 선진국들도 사회양극화와 저출산이 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야 하는 데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재정기획국장으로 재직 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5개년(2017~2021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을 수립하는 데 있어 실무책임자로서 그 역할을 다했다.

 

“5개년 국가재정운영계획은 향후 5년간 정부의 국가재정 운영 방향, 즉 투자 방향과 수입, 지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기본 계획”이라며 “지난 7월 문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재정전략회의 준비도 재정기획국이 맡아서 했다”고 설명했다.

 

▲인사 교류를 통해 안목을 넓히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파견 근무 등 인사 교류를 통해 국회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안목을 넓히는 기회도 가졌다.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로 파견된 그는 예산심의위원과 예결위 사무처 직원들이 예산안을 검토할 때 조언을 하고 행정부와 국회 예결위 사이에서 조정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는 “국회 파견 근무를 하면서 정무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어서 유익했다”고 회고했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부터 2년 동안은 미래창조과학부 연구개발조정국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할 때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들과 예산 조율을 해야 하는데 기재부에서 예산총괄과장을 역임했고 첫 공직생활을 과학기술부에서 시작한 이유로 발탁된 것이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과학기술과 연구개발 분야의 예산을 전문적으로 편성하는 일을 전담했다.

 

“인문계 출신으로 이공계 교수와 연구소의 연구원들을 만나다보니 많은 공부도 됐고 인간관계의 폭도 넓어졌다”는 그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또 “카이스트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원들에게 제주도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을 했다”며 은연중에 애향심도 내비쳤다.

 

▲ 문성유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이 지난 8월 재정기획국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당시 2018년 예산안을 발표하는 모습. 가운데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국비 확보에 대한 제언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제주도가 국비를 많이 확보하려면 공무원들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많은 제주 공무원들을 만나봤는데 국비 확보에 열정이 많았던 공무원으론 고경실 제주시장과 현을생 전 서귀포시장이 떠오른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기재부에 예산을 설명하러 와서 처음에 지적 사항이 제기되더라도 이를 보완해서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갖고 다시 설득하면 반영될 수 있다”며 “제주 사안에 대해 관심을 갖는 만큼 열정도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기재부나 관련 부처에서 반대하면 포기하는 공무원들이 많은 데 그러면 예산 확보는 물 건너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그는 또 인맥 관리의 중요성도 제기했다.

 

“고 시장이나 현 전 시장, 고인이 된 신철주 전 군수 같은 분들은 기재부 공무원들을 소개시키면 다음에는 직접 만날 정도로 인맥 관리를 잘했다”며 “인맥 관리가 잘되면 제주 예산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주 미래 발전에 대한 견해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제주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사회와 시대적 흐름에 대한 상황 분석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현 시대는 큰 틀에서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양극화가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부각되고 있고,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남북관계 등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이와 아울러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제주는 자연과 사람이 자산이기 때문에 자연환경 보존과 일자리 문제가 핵심 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청정 환경을 유지하면서 청년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우수한 인재들이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빠져 나가지 않고 제주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자리가 늘면 인구가 늘어나게 되고 기반시설 확충도 필요하게 될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책도 선제적으로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가족 및 성장 과정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제주시 용담동에서 3남 2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친은 경정으로 퇴임한 경찰공무원 문두민씨다.

 

제주서초와 제주일중, 오현고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그는 “서울대 법대를 가려고 준비했으나 시험 성적이 못 미쳐 고민을 하다가 진로를 공직으로 정하고 연세대 경제학과로 진학하게 됐다”고 솔직하게 밝혔다.

 

“경찰공무원인 아버지가 경찰대 입학을 권유했으나 내키지 않아 따르지 않았다”는 그는 “하지만 행정고시에 합격함으로써 아버지의 섭섭함이 어느 정도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또 “아버지 영향을 받아 예산 편성 때 경찰 분야는 나름대로 관심을 갖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재정경제원 사무관 시절인 1997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맨체스터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가족으로는 제주 출신으로 약사인 부인 강경민씨(50)와 1남 1녀가 있다.

 

▲인생관과 고향 제주가 주는 의미

 

문 사회예산심의관은 우직하고 의리가 좋다는 평을 받는다.

 

친구들이 많다보니 주량도 남 못지않다.

 

“바를 정(正)을 모토로 삼아 공직생활을 하고 있다”는 그는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업무를 할 때 여러 가지 사안을 조정해야 하는데 상대방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는 그는 “후배 직원들에게도 기재부 예산실이 힘이 있다고 과시하거나 상대를 억누르면 안 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는 고향 제주에 대해 “내가 성장할 수 있게 한 터전이고, 사고체계의 기반”이라며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나의 정체성이 제주에서 나고 자라면서 확립됐기 때문에 항상 고향에 무엇인가 돌려줘야 한다는 부채 의식도 갖고 있다”며 고향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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