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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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옛날 선조들은 돈보다는 벼를 얼마나 거둬들이느냐로 부자를 구분했다.

1년 수확량이 1000석이면 천석꾼, 1만석이면 만석꾼으로 불렸다. 한석은 벼 한 섬, 쌀로는 두 가마니를 뜻한다. 천석꾼은 1년에 쌀 2000가마, 만석꾼은 2만가마를 수확하는 셈이다.

1930년 일제 때 조사자료엔 천석꾼은 750여 명, 만석꾼은 40여 명에 지나지 않았다. 생각보다 적은 수치지만 대다수가 배를 곯던 시절이다.

예부터 천석꾼은 나라가 내리고 만석꾼은 하늘이 내린다고 했다. 쌀밥을 실컷 먹어보는 게 소원일 정도로 궁핍한 세월을 살아왔으니 만석꾼을 하늘이 내린 부자로 여겼을 법하다.

요즘 부자 소리를 들으려면 재산이 얼마나 돼야 할까. 관련 학회에선 총재산 30억~50억원,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가진 사람을 부자로 본다.

▲경기침체니 뭐니 해도 지난해 세계 백만장자 수가 크게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여기서 백만장자란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을 100만달러(약 11억5000만원) 이상 보유한 경우를 말한다.

작년 기준 세계 백만장자는 1650만명으로 전년보다 115만명(7.5%)이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의 백만장자는 1만5000명 늘어난 20만8000명이었다. 최근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도 우리나라의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부자를 24만20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미국의 백만장자가 479만5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289만1000명), 독일(128만명), 중국(112만9000명)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3위를 기록했다.

백만장자가 증가하는 건 금융자산을 활용한 수익이 다시 재산 증식으로 연결되는 구조 때문이라고 한다.

▲백만장자를 뜻하는 ‘밀리어네어’는 1719년 프랑스의 스티븐 펜티먼이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썼다. 화폐가치가 달라지다 보니 지금은 큰 부자를 일컬을 때 밀리어네어가 아니라 ‘빌리어네어(억만장자)’가 쓰인다. 재산이 10억달러(약 1조1500억원) 이상인 부자다.

그런 면에서 지금은 10억원으론 부자 축에도 끼지 못하는 세상이다. 하지만 10억원은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직장인으로선 쉽사리 모으기 어려운 돈이다.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이 20년 가까이 쓰지 않아야 하니 노력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래 한 금융기관의 조사에서 부자의 98%가 자산을 가족에게 물려주겠다고 했다. 그나마 위안 삼을 건 경주 최부잣집이나 빌 게이츠처럼 나눔의 철학을 지켜오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요즘은 떳떳하게 벌어 뜻있게 쓰는 부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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