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과 삼무정신
개천과 삼무정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왕성도 제주국학원원장/논설위원

10월에는 개천절이 있었습니다. 제주에서는 단기 4350년 개천절 기념으로 산지천광장에서 개천기념식을 거행했습니다.

기원전 2333년 국조단군이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인 조선 건국을 기리는 뜻으로 제정됐습니다. 이보다 앞서 환인의 뜻을 받아 환웅이 처음으로 하늘을 열고 신단수 아래 신시를 열어 홍익인간 이화세계의 대업을 시작한 날이라 보기도 합니다.

개천절은 한민족의 건국을 경축하는 국가적인 기념일인 동시에 문화민족으로서 새로운 탄생일을 축하하고 하늘에 감사하는 우리 민족 고유의 축제입니다. 고조선에서는 단군의 주관 하에 천제를 올리고, 백성들은 한데 어울려 춤과 노래로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이날을 축복했습니다.

개천(開天)은 ‘하늘을 연다’는 뜻입니다. 이때 하늘은 눈에 보이는 하늘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늘’을 뜻하며, 이는 모든 만물이 탄생한 근원으로 사람에게는 ‘본성’ 뜻합니다. 진정한 인간 존중의 깨달음으로 사람 안에 하늘을 열어 세상을 아우르는 삶을 사는 홍익인간이 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삼국유사』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습니다.

“옛날 환인의 아들 환웅이 자주 세상에 내려가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하므로 아버지가 환웅의 뜻을 헤아려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세상에 내려가 사람을 다스리게 했다. 곰 한 마리와 범 한 마리가 있어 같은 굴속에 살면서 환웅에게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다. 환웅은 이들에게 신령스러운 쑥 한 줌과 마늘 20쪽을 주면서 이것을 먹고 100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된다고 일렀다. 곰과 범이 이것을 받아서 먹고 근신했는데 3·7일(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됐으나 범은 이것을 못 참아서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그와 혼인해주는 이가 없으므로 신단수 아래에서 아이를 가지게 해 달라고 기원하였다. 이에 환웅이 잠시 변해 혼인하여 아이를 낳으니 그가 곧 단군왕검(壇君王儉)이다. ”

여기서 환웅이 보여준 천손의식은 큰사랑입니다. 우월한 존재로서가 아닌 동일한 인격체로서 깨달음으로 이끌어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로써 단군왕검은 아버지 거불단 환웅의 뜻을 이어 홍익인간 이화세계 정신으로 나라를 건국하고 주변 미개한 종족을 교화하는 등 평화롭고 조화로운 홍익정치를 펼치게 됩니다.

인간을 반신반수(半神半獸)라고 합니다. 신과 같은 영적 고귀함을 추구하는 마음과 육체를 가진 인간이기에 감정과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신이란 밝고 신령스러우며, 천지인이 결합된 순리의 법과 원리입니다. 이를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실천함으로 자신 안에 하늘과 같은 신성, 본성을 깨우고자 했습니다.

제주도는 1만8000 신화와 삼무(三無)정신이 있습니다. 무도(無盜)는 불의를 저지르지 않고 정직하고 순박하므로 도둑이 없다는 것을 뜻하며, 무걸(無乞)이란 근검절약, 자립하는 정신이 강한 제주도 사람들이기 때문에 제주도에는 거지가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무문(無門)은 제주도 사람들은 서로 신뢰감이 높고 협동심이 강하기 때문에 대문이 없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곳은 모든 생명을 신격화해 존중하고 너와 내가 함께 돕는 공동체 문화인 삼무, 수눌음 정신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삼무(三無)정신은 나와 남의 구별이 없이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수눌음 문화 속에, 단군조선의 건국정신인 홍익철학이 생활 속에 구체화된 모습이라 할 것입니다.

아픈 역사와 육지인과 관광객의 유입으로 제주의 정신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군왕검의 홍익정신, 천지인사상을 상기하고 하늘과 땅을 존중하고 서로 돕고 살았던, 제주의 정신문화의 의미를 되찾아야겠습니다.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진정한 평화를 세계에 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도민이 앞장서야겠습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