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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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 회장/동화작가

언제부터인지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사계절의 나라에서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추워 덥지도 춥지도 않은 가을이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기에 강조된 말일 것이다.

‘가을에 독서하기 좋다’는 말은 중국 당나라의 문학자이며 사상가인 한유(韓愈·768~824)가 그 아들에게 독서를 권하기 위해 지어 보낸 시 부독서성남(符讀書城南)에서 가을은 등화가친(燈火可親) 즉 등불을 가까이할 만하고 책을 펼칠 만한 시절이라고 노래한 시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요즘은 여름철에는 에어컨이, 겨울철이면 난방기구가 있어 일 년 내내 책 읽기에 알맞은 환경을 가지게 돼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는 게 어불성설처럼 여겨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다. 도서관주간이 4월인데도 불구하고 학교나 교육청, 도서관 등 책과 관련된 기관에서 책 축제를 여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달에는 한라도서관과 작은도서관협회는 한라도서관 시청각실과 야외마당 등에서 도민과 학생 등 3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017 친구해요! 작은 도서관 책 잔치’를 개최했다. 동녘도서관은 ‘동녘돌머들축제 한마당’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제주고에서 제11회 책 축제 ‘책들의 가을소풍’을 열었다.

우당도서관 주관으로 여는 ‘제주독서문화대전’이 오는 11월 4∼5일 제주시 해변공연장 일대에서 제주에서 최초로 개최된다. 이번 행사는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라는 주제로 진행된다. 조선왕조실록으로 유명한 설민석 작가의 북 콘서트와 축하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제주도서관이 세미나와 북 콘서트를 여는 등 제주도 내 많은 도서관이 책 축제를 열고 있으니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삼척동자도 알 만큼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일 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이 많고, 책 한 권 사지 않은 사람도 많다. 자녀들에게 외식은 시켜줄망정 서점이나 도서관에 데리고 가는 부모도 많지 않다. 가난한 나라에서 자녀의 성공을 위해 온갖 고생을 무릅쓰고 학교에 보내 공부를 시키려는 것이나 책을 읽히는 것은 동일 선상에 있는 일이다. 책을 읽어야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더 큰 꿈을 달성할 수 있는 매개체이기에 책읽기를 강조하고 책 축제를 여는 것일 게다.

제주에는 인구대비 도서관이 많다고 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물론 각 읍·면마다 공공도서관이 있고, 새마을 문고, 작은 도서관, 기적의 도서관, 학교 도서관 등 도서관이 도민들 가까이 있다. 그런데 아무리 후하게 보아도 제주도민의 독서력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또한 서점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 책을 읽는 사람보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많으니 책이 팔리지 않는 게 당연하다. 책 읽기보다 더 재미 있는 즐길거리 때문에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말이 공염불처럼 들린다.

책 읽기는 인내와 장시간의 노동(?)이 필요하다. 책 축제를 열었다고 책 읽는 사람이 늘어나는지, 책읽기의 중요성이 더욱 확산되는지는 증명할 수 없다. 다만 책 축제를 열어서라도 책이 시민들 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라는 타이틀을 걸고 여는 ‘제주독서문화대전’의 성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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