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향교 대성전, 정밀실측조사 서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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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실측보고서는 문화재의 ‘족보’로 불린다. 문화재가 원형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을 때 본래대로 복구하는 기초자료로 쓰인다. 그럼에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제주향교 대성전(大成殿)이 아직까지 정밀실측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는 재난으로 대성전이 훼손·소실되면 원형 복원이 불가능하다는 걸 의미한다.

주지하다시피 제주향교 대성전은 지난해 6월 보물 제1902호로 지정됐다. 건축양식이 원형 그대로 유지됐고 제주의 독특한 건축 요소들이 곳곳에 반영돼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문화재 지정 1년이 넘도록 실측조사를 착수조차 하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부터가 실측자료를 권고사항 수준으로 인식하는 탓이다.

현재 목재문화재 180점 가운데 9점은 정밀실측도서 자체가 없다고 한다. 제주향교 대웅전 외에 대구 파계사 원통전, 불국사 대웅전 등이 포함된다. 문제는 화재 등으로 목조건축물이 멸실될 경우 복원할 근거가 없다는 거다. 실측자료가 없으면 해당 문화재에 대한 학술연구도 어렵다. 그야말로 문화재 보존정책의 허점이 아닐 수 없다.

2008년 숭례문 화재 당시 문화재청이 즉각 원형 복원을 자신한 건 미리 작성된 정밀 실측보고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숭례문 각 부분의 치수가 ㎜ 단위로 기록돼 있고 돌 하나하나에까지 번호를 붙인 사진 등이 수록됐을 정도라고 한다. 실측보고서는 이처럼 유사시에 대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술적으로도 귀중한 자료인 것이다.

제주지역 문화재의 문제는 제주향교 대성전만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아 성이 무너져 내리는 등 피해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나마 있는 자료들도 수십년 된 것들은 재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예산 문제가 뒤따르는 만큼 행정이 중장기 계획을 세워 보존대책을 강구할 시점이다.

통상 목조문화재에 대한 정밀실측 조사는 문화재청이 실시한다. 제주향교 대성전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 제주도가 정밀실측을 수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본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중요문화재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여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선인들의 혼의 깃든 소중한 자산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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