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 낀 날, 마을의 폭낭들은 4·3의 아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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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안덕면 서광리의 ‘정낭난장’
▲ 강부언 作 서광리 폭낭 그림자가 시가 되고 음악이 되어 흐른다.

 

흰 눈 덮힌 한라산 높이

자로 잴 수 있을까

 

흰 명주실은

돌담에서

오름에서

 

속수무책

한라산 바람에 날려

끝내 우리집 치매에 걸린

정낭을 흔든다

구순 아버지 떠난 정낭을 흔든다

 

설문대 설문대 설문대할망

소중이는

흰 명주 백 동

그런데

한 동 모자란 그리움

 

저 그리움

자로 잴 수 없을까.

 

 

- 이문호의 「설문대 할망」

 

 

 

 

 

▲ 문순자 시인이 박기섭 시인의 시 ‘구절초 시편’을 낭송하고 있다.

아름다운 소통은 모두가 갈망하는 일이다.

 

이곳 서광리의 바람조차 소통이 필요한가보다. 오설록의 동그마한 뜰 위, 잎마저 내려놓는 큰 팽나무를 휘도는 바람이 거칠기만 한데 다원의 가지런한 초록빛 세상의 연대는 어떤 훼방에도 단아해 보인다. 이곳 남송이오름 너머 한라산도 근처인 듯 다정다감하다.

 

조영준 서광리 노인회장님, 안덕면사무소 김대원 생활환경담당님, 서울서 오신 김영탁 문학청춘 대표님, 김종호시인님, 김동인선생님, 김석희번역가님이 참석한 자리다.

 

서광서리 강철용 이장님은 축우·마 정책으로 마을 초기의 빗물에 의존하던 곳이자, 4·3의 소개령으로 제사가 같은 날에 25군데인 아픔이 큰 만큼 신화역사공원과 항공우주박물관을 적극 유치하고 마을 운동장과 찜질방까지 갖춘, 주민 복지에 대한 자부심도 남다르다.

 

“정낭은 소나 말이 집에 못 들어오게 막는 전통적인 대문 역할과 세 개의 정낭이 수눌며 집안 주인의 존재 유무를 알리던 간단한 통신방식에서 오늘날 신작로 로터리 교통표시기와 버스정류소, 지붕 서까래, 휴대폰의 스윗칭 원리와 인체의 단백질 유전자 DNA 원리로 쓰인다. 가장 전통적인 풍속들이 오늘날 과학의 기본 원리다. 서광서리 남송이오름은 솔개가 날개를 활짝 편 형상인데 이 오름 하늘 아래 오설록차밭과 항공우주박물관, 신화역사공원, 영어교욱도시로 정낭세계가 활짝 열려있다.” 안덕면 서광리 정낭난장을 마련해주신 전북대학교 이문호 박사님의 정낭세계가 끝이 없다.

 

서광리 오설록 티뮤지엄 앞뜰에서 난장을 펼친다.

 

문순자 시인이 박기섭 시인의 시 「구절초 시편」 낭송에 이어 김동현 클라리넷 연주가의 「공원에서」「Fly Me to the Moon」연주가 가을을 수놓는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앵콜곡 합창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 김영자 연주자가 오라리나 연주로 ‘철새는 날아가고’, ‘천년바위’ 등을 선보이고 있다.

김영자 오카리나 연주가의 「철새는 날아가고」「천년바위」에 이어지는 앵콜곡 「개똥벌레」 합창에 잠시 날갯짓하듯 물결을 탄다.

 

이문호 박사님의 「설문대 할망」 시를 이경숙 시인의 낭송이 나긋나긋하다.

 

항공우주박물관으로 이동하여 라이트형제가 만든 자기방향 결정에 의해 날던 최초의 「플라이어」 관람부터 시간관계로 간략히 듣고 나온다.

 

아시아 최대 규모 복합리조트인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양천도 차장님의 안내에 난장팀의 발길이 바빠진다. 대단지의 곳곳에서 경쟁하듯 자리한 캐릭터들과 시설물들이 즐비하고 곳곳의 환호가 시원스럽다. 살풋 기대하고 간 제주신화에 관련된 시설물은 아직 만나볼 수 없기에 아쉬움을 남긴다.

 

우리는 정낭의 본디 의미처럼 ‘마음 나누기’를 얼마나 하며 살고 있을까.

 

 

글=고해자

그림=강부언

사진=문순자·이애자·홍진숙

클라리넷 연주=김동현

오카리나 연주=김영자

시낭송=문순자·이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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