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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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짤~짤~짤 메르 사티 오 메르 하티’

이 노래 가사를 아는 사람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었다.

1970년대 국내에서 개봉된 인도 영화 ‘신상(神象)’에 나오는 노래다.

당시 초등학교에 다녔던 학생들은 이 영화의 주인공 ‘라무’ 등 코끼리 4마리의 활약에 깜짝 놀랐을 것이다.

공 구르기 등 다양한 연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1970년대는 동네 이곳저곳에 진짜 똥개가 설치고 다닐 때였다.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는 동물로는 소나 말, 길고양이, 쥐가 대부분이었던 시절, 영화에서나마 코끼리를 만날 수 있었다.

몸집이 큰 코끼리의 앙증맞은 묘기는 어린 아이들의 혼을 쏙 빼갔다.

그래서 아이들은 주인을 대신해 돈을 노린 사기꾼에 의해 죽은 라무를 기억하며 뜻도 모른 채 ‘짤~짤~짤 메르 사티 오 메르 하티’를 주절거렸다.

▲코끼리는 덩치가 커서 신체의 모든 부분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무기다.

코도 그렇고, 발도 그렇다.

가장 치명적인 무기는 상아일 것이다. 상아에 한 번 찔리면 맹수의 제왕인 사자도 금방 저승사자를 만나게 된다.

이처럼 상아는 코끼리 진화의 결정체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상아 없는 코끼리가 많이 태어난다고 한다.

코끼리가 역 진화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 때문이다.

상아가 큰 코끼리일수록 사냥의 목표가 됐고, 덜 발달한 코끼리일수록 살아남게 됐다. 이렇게 살아남은 코끼리와 상아 열성 인자 코끼리 간의 교배가 이뤄지면서 점점 상아가 작거나 없는 코끼리들이 태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이 코끼리의 역진화를 부채질하고 있는 셈이다.

▲코끼리가 화나면 무섭다.

코끼리 12마리가 인도네시아 북 수마트라주의 한 마을을 습격하는 일이 최근 발생했다.

마을 사람들이 나무 그루터기를 제거하면서 생긴 구덩이에 1살짜리 코끼리가 빠져 죽자 구덩이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덫으로 알고 마을을 공격한 것이다.

코끼리들은 마을 내 주택 20채 중 5채를 무너뜨리고 과수 18그루를 부러뜨렸다.

코끼리들이 오해한 면도 있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새끼 코끼리가 죽은 것이다.

공존이 필요할 때다.

유명 작곡가 헨리 메시니의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를 초원에서 들으며 사람과 코끼리가 흥겹게 고개를 흔들어 대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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