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 배려한 대안학교, 요원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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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일원동의 밀알학교는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다. 개교 20돌을 맞은 이 학교는 건물이 대한민국 건축상을 받을 정도로 아름답다. 카페·음악당·미술관 등을 갖춰 동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이용된다. 주민들은 학생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그들을 돌보기도 한다. 학교 측이 시설 건립을 반대한 주민과 소통하고 공간을 개방하자 마음을 서서히 연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님비현상’의 극복 모델이다.

안타깝게도 도내 유일의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대안학교 건립이 주민 반발에 부닥쳐 헛돌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 대안학교가 들어서면 땅값이 떨어지고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게 이유다. 차량 소음에 장애아들의 돌발행동 등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장애인교육 전문가와 학부모들이 뜻을 모아 1989년부터 28년째 자폐아를 돌보고 있다. 임대건물이 내년 7월 계약 만료돼 갈 곳이 없게 되자 한 학부모가 자신의 땅 4950㎡를 학교 부지로 기부했다고 한다. 그는 수억원에 이르는 건축비용도 일체 부담한다. 지난 6월 건축허가가 나왔지만 주민 반발로 공사가 여지껏 표류하는 중이다.

‘내 땅에는 안 된다’는 현상이 표출될 때마다 흔히 지역주민의 이기심을 탓하곤 하지만 주민만 뭐라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조용하던 곳에 이른바 특수학교가 들어서면 주민의 낭패감도 적잖을 것이다. 허나 학부모의 온정으로 28년 만에 더부살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막히는 상황이다 보니 참으로 안쓰럽기가 그지없다.

게다가 특수학교가 설립되면 주변 지가가 떨어진다는 소문은 근거가 미약하다. 교육부가 전국 특수학교 160여 곳 주변 집값을 조사했더니 설립 전후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다. 제주 경우는 이도1동에 탐라장애인복지관이 들어선 후 1일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주변 상권이 활성화됐고 땅값도 도리어 상승한 사례가 있다.

장애학생의 90% 이상이 후천적 사고나 질병에 의해 장애를 갖는다. 누구의 자녀라도 자라면서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더불어 사는 세상에 도덕심에 호소해서라도 주민들의 마음이 열리도록 해야 한다. 장애학생이 차별받지 않도록 성숙한 시민의식이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래야 어려운 아이들에게 웃음을 찾아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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