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은 그 자체가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이다. 따라서 제주에서 최고의 경승지가 어디냐고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질문이다.

옛 선인들도 철 따라 한라산과 오름, 계곡 등 곳곳을 찾아 경치를 감상하며 작품을 남겼다.

조선시대 향토사학자 매계(梅溪) 이한진(1823~1881)은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열 곳을 선정해 ‘영주십경(瀛洲十景)’이라 정의하고 시를 지었다. 이후 영주십경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상징적으로 알리는 단어로 정착됐다.

매계 선생이 선정한 영주십경은 성산일출(城山日出, 성산의 해돋이), 사봉낙조(紗峯落照, 사라봉의 저녁 노을), 영구춘화(瀛邱春花, 제주 언덕에 핀 봄 꽃), 정방하폭(正房夏瀑, 정방폭포의 여름), 귤림추색(橘林秋色, 감귤빛으로 물든 가을), 녹담만설(鹿潭晩雪, 백록담의 늦겨울 눈), 영실기암(靈室奇巖), 영실의 기이한 바위), 산방굴사(山房窟寺, 산방산 굴에 있는 절), 산포조어(山浦釣魚, 산지포구의 고기잡이), 고수목마(古藪牧馬, 풀밭에 기르는 말)를 이른다.

귤이 익어가며 제주 들녘이 온통 황금빛이다. 파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빚어내는 황금빛 정취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풍광이다.

매계 선생이 감귤빛이 물든 제주의 들녘을 표현한 영주십경 중 ‘귤림추색’은 다음과 같다.

‘황귤가가자작림(黃橘家家自作林, 누런 귤 집집마다 저절로 숲을 이루니)/ 양주추색동정심(楊州秋色洞庭心, 동정호 가에 있는 양주인 듯 가을빛이 깊었네)/ 천두괘월층층옥(千頭掛月層層玉, 가지 끝마다 걸린 달은 층층이 옥이요)/ 만과함상개개금(萬顆含霜箇箇金, 서리 머금은 열매는 낱낱이 금이로다)/ 화리선인승학의(畵裏仙人乘鶴意, 그림 속에 선인이 학을 탄 듯)/ 주중유객청앵심(酒中遊客聽鶯心, 술 취한 나그네가 꾀꼬리 소리 듣는 듯)/ 세간욕치봉후부(世間欲致封侯富, 세상에 부귀영화 이루려 하는 사람들)/ 저사주문도리심(底事朱門桃李尋, 무엇하러 권세가를 찾아다니는고)’

제주에 늦가을이 찾아오면 한라산 골짜기마다 단풍이 불붙고 여름내 농부들이 애써 가꾸어 온 감귤이 샛노랗게 익어간다.

감귤은 아름다운 풍광만큼이나 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국민 건강 과일이다.

비타민 A, 비타민 C 함량이 높아 겨울철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대표적인 겨울 과일로 겉껍질은 말려서 차나 약재로 활용하고, 속껍질의 하얀 부분은 펙틴이 풍부해 과육과 함께 잼으로 활용된다. 껍질은 한약재 및 목욕물에 담가 향긋한 입욕제로 이용된다.

피부를 매끄럽게 하고 혈색을 좋게 하며 빈혈 예방과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고 과일 중 감귤에만 함유된 비타민 P는 모세혈관을 보호하기 때문에 고혈압에 특히 좋다.

가지마다 탐스럽게 달린 감귤을 수확하는 농민들의 손길이 분주해지는 시기를 맞아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 감귤의 모든 것을 체험할 수 있는 ‘2017 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안전한 먹거리, 건강한 감귤이 온다’라는 주제로 지난 8일부터 오는 12일까지 열리고 있는 박람회는 제주도 감귤 기술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감귤홍보관을 비롯해 해외 다양한 감귤을 관람할 수 있는 국제전시관, 제주감귤을 시식하고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감귤 직거래장터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감귤콘서트 등의 크고 작은 문화 행사와 감귤 따기와 감귤 찹쌀떡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또한 행사장과 인근에 있는 감귤박물관에서도 박람회와 별도로 지난 10월 28일부터 감귤 따기와 감귤과즐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다. 감귤 정유와 진피 분말을 넣은 아로마 족욕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연중 진행되고 있다.

이번 주말 가족들과 손잡고 제주감귤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와 감귤박물관을 찾아 ‘귤림추색’의 진가를 체험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