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지리오름 정상에서 바라본 비양도.

느지리는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의 옛 이름이다.


오름의 명칭 역시 마을의 이름을 따 느지리오름이라 불렀다.


제주의 오름들 중에는 망오름이라 부르는 곳들이 있다. 대개 봉수대가 있어 망오름이라 불렸는데 느지리 정상에 그 중 하나인 만조봉수가 있었다. 한때 만조봉수는 동쪽으로 애월읍 금성리 어도오름에 있던 도내봉수 그리고 서쪽으로 한경면 고산리 당산봉에 있던 당산봉수와 연락을 취했다. 적들의 침입과 이웃지역의 소식을 전달하는 신호체계를 담은 곳이었던 만큼 전망이 좋고 사방이 트여 있음은 당연하다.


느지리는 산체의 규모나 특성이 대단하지는 않다. 다만 낮은 산체임에도 세 개의 봉우리와 큰 암메·족은 암메라 불리는 두 개의 분화구가 있다.


느지리 오름은 서부권 중산간 지역에 있는 오름 중에서도 보존 가치가 있는 곳이다.


오름의 탄생과 함께 인근에 생성된 소천굴 등의 용암동굴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오름 정상으로 오르는 산책로도 잘 조성되어 있다. 둘레길마다 갈림길로 나뉘어 있고  타이어 매트 길과, 목재계단, 자연 그대로의 흙길, 포장된 길을 선택적으로 걸을 수 있다.


어쩌면 너무 잘 정비된 탐방로 덕에 오르는 맛을 느끼지 못 하겠다 할 수도 있겠다.

 

   
▲ 느지리오름 정상에 있는 전망대.

사실 탐방로 공사와 맞물려 조선시대 설치된 만조봉수는 거의 사라진 상태다. 원형으로 토축(흙으로 쌓인 담)이 2중으로 쌓여 있었으나 2008년 봉수대의 둑이 잘려 나간 후 2009년에는 봉수대 정상부에 전망대가 들어서면서 훼손됐다. 이곳에 전망대를 세운 일은 여전히 찬성과 반대의 입장차 속에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전망대 부근 봉수대의 흔적만이 느지리오름의 의미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느지리오름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도로는 일주도로다. 신제주로터리 방면에서 출발하면 약 50분 소요된다. 접근성과 안전성을 고려할 때 제주시 서부권에서는 가장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오름이다. 급경사 없이 천천히 진행되는 오르막은 어린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느지리오름은 힘겨움 없이 올랐다고 정상에서의 매력을 숨기지 않는다.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사방의 조망권은 압권이요, 가시거리만 좋다면 해안가 쪽으로는 비양도를 거쳐 금오름과 한라산, 새별오름, 정물오름도 선명히 볼 수 있다. 특히 해질녘 오름 정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분화구 안은 숲으로 빽빽하다. 과거 분화구에서 마을 주민들이 방앗돌을 제작했다는 데, 추억을 숨기려는 듯 얼기설기 엮인 나무들로 화구를 닫아버렸다.


분화구 둘레 산책로에는 곰솔 등 다양한 참나무류가 자생하고 있다.


주변 관광지와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차를 타고 북쪽 해안 방면으로 약 10분 거리에 협재해수욕장이 있고, 1136도로를 타고 남부로 내달리면 저지예술인마을과 전쟁역사평화박물관 그리고 최근 개장한 신화역사공원도 갈 수 있다.


가을이 무르 익어가고 있다.


이제 여행의 테마와 선호도에 따라 오름과 연계된 낭만 코스를 선택하는 것은 당신의 몫이다.


정선애 기자 dodojsa@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