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평화
야만의 평화
  • 제주신보
  • 승인 2017.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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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혁. 시인·문화평론가

금강산 가는 길을 다녀왔다. 소똥령을 넘어 삼십여 리를 걸으며 지금은 가로막힌 북으로 통하는 길에서 고즈넉한 하늘을 올려다봤다. 마하연 묘길상 넘어 내려간다는 <관동별곡>이 떠오르고, 정비석의 <산정무한>의 노정이 떠올랐다.

민통선 내 건봉사에서는 전쟁의 참화로 스러져간 영혼을 달래는 ‘영산재’가 행해졌다. 그리고 통일전망대에서 지척에 보이는 해금강과 금강산의 마지막 줄기를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반전평화의 길이 무엇인지, 동북아의 패권 전략을 배후에 깔고 전개되는 미국의 평화 논리가 무엇인지를 생각게 했다.

북한은 핵 무력 완성을 목표로 끊임없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며 전쟁을 불사할 태세를 갖춘 시나리오를 말하고, 한반도에 전함과 전투기들을 이용한 군사훈련을 수행하게 했다. 북한의 도발은 위기 국면이기도 하면서, 미국이 한미일 동맹을 내세우며 동북아 패권 전략을 수행하는 데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평화는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다. 그것은 팍스로마나(로마제국의 평화)처럼 미국에 의한 세계 지배가 유지되는 상황을 뜻하는 평화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 그게 평화라는 것이다.

동북아 패권을 장악한 평화를 이끌어가기 위해 미국은 한반도를 화약고로 만들어가고 있다. 평택 군사기지, 제주 강정 해군기지, 성주 사드기지, 그리고 제주 제2공항 문제와 함께 떠오르는 공군기지 등은 팍스아메리카나를 위해 미국이 일찌감치 준비해 둔 일로 판단된다.

온갖 미사여구로 사람들을 현혹하여 땅을 빼앗고, 거기에 동북아 패권의 교두보를 쌓아두려는 것이다. 지난 시기 남한의 부패 무능 정권이 ‘통일 대박’, 한미동맹 운운하며 한창 나아가던 반전통일의 길을 내팽개쳐 버리고, 미국의 작전에 말려든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 아니겠는가?

과연 미국은 한국을 위해 평화를 선택할까? 미국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패권을 위해 한국을 이용할 뿐이다. 미국의 세계 전략과 매우 유사한 경로를 보여준다고 여겨지는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를 보자.

유토피아인들은 직접 전쟁을 치러야 할 경우에는 용병을 고용하며, 병력이 더 필요하면 먼저 자신들이 싸워준 나라의 병력을 이용하고, 다음으로 우방국의 원군, 마지막으로 유토피아 시민들을 보낸다고 했다. 용병의 경우는 “목숨을 빼앗는 것을 생계수단으로 하는 야만인들이므로 얼마나 많이 전사하든 상관하지 않는다.”라고 쓰고 있다. 용병이나 우방국들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치르는 유토피아인들의 전략이 지금 미국이 행하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실체다.

12년 전 대한민국 정부는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 삼무 정신의 계승, 제주 4·3 승화, 정상 외교의 정신을 이어받아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 제12조의 규정으로 평화의 섬이라 했다.

그런데 ‘민군복합형 미항’을 내세웠던 강정 해군기지에는 전함만이 드나들 뿐이다. 폭탄 실은 전함 옆에 어떤 크루즈가 배를 대겠는가? 성산에 건설하겠다는 제2공항과 관련해서도, 민간항공이어야 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공군 기지를 건설할 꼼수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람들은 노심초사한다.

이처럼 제주를 비롯해 한반도 전역이 야만의 평화를 위한 전쟁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쟁은 공멸이다. 반전평화만이 모두가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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