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적십자사 직원이 생계가 막막하게 된 은혜씨의 7개월 된 막내아들의 손을 잡으며 위로하고 있다.

“저희 가족에게 희망을 주세요.”

 

제주에서 가족과 행복한 삶을 살겠다는 필리핀 여성 은혜씨(30·가명)의 ‘장밋빛 희망’은 이주한 지 1년도 안 돼 무너져내렸다.

 

‘너무나도 사랑했던’, ‘아이들에게 최고의 아빠였던’ 그런 남편을 저세상으로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매일 같이 불러주던 사랑의 세레나데도 이젠 영영 들을 수 없게 됐다.

 

그렇게 은혜씨는 30세 젊은 나이에 4명의 자녀를 둔 과부가 돼버렸다.

 

은혜씨와 남편의 인연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필리핀에서 국제결혼 대행업체에 다녔던 은희씨는 2009년 지인으로부터 “정말 괜찮은 한국 남자가 있으니 만나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어릴 때 부모님이 일찌감치 이혼하면서 오랜 시간 마음고생한 은혜씨는 늘 생각했었다. ‘엄마 아빠보다는 꼭 행복하게 살 거라고…’

 

이 다짐 하나로 은혜씨는 한국말이라곤 인사 정도만 가능한 상태에서 그 해 6월 서울에 입국해 남편을 만나 사귄 지 4개월 만에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 이후 행복한 나날이 계속됐지만, 자식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생활 형편이 점점 어려워졌다.

 

결국 라이브 카페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남편은 빚을 내 자동차 판금·도색업체를 차렸고, 은혜씨도 학원에서 원어민 시간제 영어 강사로 근무했다.

 

하지만 남편이 업체 운영 과정에서 불법 도색 등을 하다 적발돼 경찰서를 오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게 문을 닫는 날이 늘어났으며, 그나마 오던 손님도 끊겼다.

 

이후 은혜씨와 남편은 자녀 교육과 생계유지 문제로 고민하던 중 제주지역에서 2명의 취학아동이 있으면 집을 무상으로 임대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올해 2월 제주로 이사를 왔다.

 

제주에서 재기하려고 한 남편은 이주하기 전 지게차와 요트, 보트 면허, 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뇌수막염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은혜씨는 당시 넷째를 임신 중이었다.

 

가족을 위해 돈을 모아야 했던 남편은 머리가 아플 때마다 병원은 가지 않고 진통제로 버텼다. “수술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도 돈이 많이 들뿐더러 내키지도 않아 비수술적인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남편의 증세는 날이 갈수록 악화했고, 끝내 이승을 떠났다. 자식들을 먹여 살리고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던 은혜씨는 남편의 임종조차 보지 못했다.

 

은혜씨는 “의사가 20분 내로 안 오면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내가 있던 곳에서 남편이 입원한 병원까지 차로만 40분이 넘게 걸리는데…”라며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자녀 4명을 혼자 키우게 된 은혜씨 속은 막막한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으로 쌓여가고 있다.

 

남편이 생전 적십자사를 통해 생계비를 긴급 지원받기는 했지만, 현재 은혜씨 가족들이 생활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은혜씨의 4살 된 딸과 7개월 된 아들은 아빠가 천사가 된지도 모른 채 지금도 매일 보고 싶다며 보채고 있다.

 

후원 문의 대한적십자사 제주특별자치도지사 758-3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