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는 한·중 수교 초기부터 차이니즈 드림의 성공신화를 써내려온 대표적인 지역으로 상하이 민항(閔行)구 홍취안(虹泉)루 한인촌를 중심으로 10만명이 넘는 교민이 거주하고 있다.

 

홍취안루 한인촌은 한국 슈퍼부터 식당, 미용실, 안경점, 찜질방, 학원까지 있는 작은 한국이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한국인이 하는 불고기집에 분향소가 차려졌을 정도로 한국인이 많이 살고 있다.

 

특히 이곳의 경우 중국에서 결성된 유일한 제주도민회인 재상해제주도민회가 조직되는 등 중국 속 제주인(人)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표 지역이다.

 

중국 진출 최일선에 서서 제주인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으로 묵묵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이들을 만나 최근 한·중 관계의 경색에 따른 한인촌 내 분위기를 듣고, 중국의 급속한 발전으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도민 사회의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찾아봤다.

 

   
▲ 고창준 상하이카르마 유한공사 대표.

▲“민관이 하나 돼 대비태세 갖춰야”=고창준 상하이카르마 유한공사 대표이사(50)는 상하이를 중심으로 유통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 속 제주인이다.

 

제주시 남원읍 의귀리 출신으로 서귀포고등학교와 제주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한·중 수교 직후인 1993년 4월 베이징 유학을 시작으로 중국과 인연을 맺었다.

 

1997년 톈진에서 처음 유통업에 몸담게 된 그는 2007년 독립해 상하이카르마 유한공사를 설립하고 한라산소주 등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20년간 중국 유통업계에 종사하며 입지를 굳힌 그이지만 역시 지난 3월 사드 배치(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에 따른 중국의 보복 이후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그는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감정으로 한인마트 등에서 진열된 제품을 내리는 사태가 일었다”며 “이에 따라 유통기한이 지나 반품되는 제품이 쏟아졌고 이 기간 최고 60%까지 매출이 감소한 회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번 위기가 사드의 영향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교민 상권이 사드로 직격탄을 맞긴 했지만 중국 정부의 제재가 풀리며 서서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교민 상권 붕괴의 원인이 사드가 전부가 아니란 점에 있다”며 “중국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한국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점이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개인이 극복할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민관이 하나 돼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그는 중국 본토에서 제주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중국 내 설치된 대표처가 중심이 돼 중국 내 제주 홍보와 마케팅 등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각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진행하다보면 일의 효율성과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대표처는 제주사회를 결집시킬 수 있는 힘이 있지만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라며 “중국내에서 충분히 제 몫을 해내고 있는 제주인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극대화 시키고 이를 중국 내 제주를 위한 일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변용남 상하이 상상중국어학원 원장.

▲“도민사회 자생력 강화 위해 힘 합쳐야”=변용남 상상중국어학원 원장은 상하이 홍취안루 내에서 9년째 한국인을 대상으로 중국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시 삼도동 출신인 그는 제주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인제대에서 중국어와 일본어를 공부했다.

 

그는 홍취안루 내 한인촌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인 2007년 초 이곳에 정착해 1년 6개월간 한인마트에서 일했다. 그러다 지금의 중국인 아내를 만나 중국어학원을 시작했다.

 

그는 “맨땅의 헤딩하며 차린 중국어학원이 9년 사이 누적 수강생 1만명을 넘었다”며 “하지만 최근 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은 물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교민의 발걸음도 확연히 줄며 학생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실적이 나빠진 기업은 너나할 것 없이 주재원 수를 줄였고, 남은 주재원도 경비 절감을 위해 호주머니를 닫았기 때문이다.

 

변 원장은 “홍취안루 한인촌의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달 말 한중 관계 개선이 이뤄지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없다”며 “하지만 각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민사회가 자생력을 강화해 중국 사회 속 깊이 뿌리내기 위해서는 제주도의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다수를 책임지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JDC)는 물론, 국립대인 제주대학교도 해외 활동이 적다”며 “‘제주도’가 더욱 활발히 섬 밖으로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제주지역 기관과 청년 등이 적극적으로 해외 활동을 펼쳐야 국외에서 지내는 제주도민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다”며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홍보와 판촉, 인턴십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 교민과 교류하고 이를 세계 곳곳에서 제주를 알려야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백나용 기자 nayong@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