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워야 할 인생 말년에 노욕은 노추(老醜)다
아름다워야 할 인생 말년에 노욕은 노추(老醜)다
  • 제주신보
  • 승인 2017.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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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수월봉의 낙조(落照)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노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 정자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은 말로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황홀하고 아름답다. 필자는 우리 인생의 말년도 저 붉게 타는 노을처럼 아름답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주 찾는다.

인생의 말년을 낙조에 비유하면서 인생 노을을 구경거리로 삼길 좋아하고 그 결과가 어떠한지 늘 지켜본다. 또한 이른바 높은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의 말년에 대해 관심이 크다. 이런 세태(世態)는 동서고금이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를 보면 나이가 들수록 현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노욕(老慾)과 뻔뻔함으로 변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도무지 나이 듦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회인 것만 같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다. 그러나 동의하지 못하겠다. 나 역시 나이를 들고 보니 ‘꼰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세상은 LTE 급으로 바뀌는데 사고는 유연해지기 쉽지 않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우리 사회는 노욕으로 역동성이 떨어지고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젊은 층이 주축이 돼야 한다. 그들이 주축이 돼야 주택, 교육, 저출산 등 당면한 사회 문제를 가장 뼈저리게 느끼고 대안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1960∼1970년대 경제부흥기라는 호기를 등에 업고 부와 명예를 욕망했던 이들이 4차 산업혁명의 인공지능 시대에 두는 훈수래야 탁상공론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80세를 바라보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경재 방통위원장, 남재준 국정원장, 유흥수 주일대사 등의 활약이 역사의 시계를 얼마나 뒤로 돌려놨는지 실감했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침묵하고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 40여 년 전 유신시대처럼 최고 권력자를 그림자처럼 보좌하고 권력에 비판적인 ‘종북 세력’을 몰아내는 게 당연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전 정권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고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역협회장 후임으로 전윤철(78세) 전 경제부총리와 김영주(68세)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경합을 하다가 김 전 장관이 내정됐다. 또 은행연합회장에 홍재형(79세) 전 부총리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연봉 수억 원의 욕심이다. 노욕을 넘어 노추(老醜)다. 수명은 길어졌지만 삶을 성찰하는 시간은 도리어 짧아졌다는 느낌이다.

정상에 서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희열과 특권은 분명히 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또 차지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끝까지 노욕에 매달리다 추한 모습으로 떠밀리다시피 내려오고, 지혜로운 사람은 적기를 알고 미련이 남아도 물러서며, 사회를 위해서 봉사하는 가운데 삶의 보람을 느낀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는 ‘불치사(不致仕)’에서 눈이 어둡고 허리가 굽어도 명예와 이익을 탐하며 추한 모습으로 관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것을 꾸짖었다.

찬란한 태양일 때는 아무도 바른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100번 잘하기보다 한 번 실수와 실패하지 않도록 행동에서 스스로 자숙하고 주의해야 한다. 공자는 군자가 경계해야 할 것으로 노년기의 추한 탐욕을 들었다. 그래서 해가 질 때 노을이 아름답듯, 나이가 들수록 더 아름다워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