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제주가 아시아 영화 중심 되도록 영상산업 육성해야”
(25)“제주가 아시아 영화 중심 되도록 영상산업 육성해야”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7.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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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작품 ‘가변차선’ 각종 상 휩쓸며 성공 예견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 맡아 영화인 권익보호 앞장
“제주의 청정 자연에 스토리 입혀 위상과 가치 알려야”
▲ 양윤호 영화감독 최근 고향을 방문해 본지와 인터뷰를 하며 사진 촬영을 했다.

양윤호 감독(51)은 데뷔 초반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구원을 담은 영상미를 연출해 왔다.

이후 선이 굵고 스케일이 큰 영화와 드라마를 만들면서 스타 감독에 올랐다.

멜로영화는 소질이 없다며, 남성미가 물씬 나는 영화를 고집하는 그는 제주 야생마의 기질을 타고났다.

▲경찰관 대신 영화감독으로=양 감독은 1966년 제주시 한림읍에서 5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4살 때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보험업을 하던 어머니는 제주시 중앙로에 ‘정원다방’을 내면서 가족은 도시로 이사를 왔다.

제주남초와 제주제일중을 졸업하고, 제주제일고 재학 시절 학생회장을 맡았다.

홀어머니는 아들 중에 경찰관이 나왔으면 했다. 그는 경찰대 1차 시험에 통과했지만 동국대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

“고3 때 조숙한 편이었죠. 진로에 대해선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죠. 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길은 예술이라고 결론을 내렸죠.”

제주출신 연극배우이자 동국대를 나온 고인배씨(63)의 권유로 대학에 입학한 그는 감독을 지망했다. 한국영화의 거목인 유현목 감독(교수)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

제주시 연동의 한 동네에 살며 고교 시절 후배였던 안정아씨(48)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딸 윤아씨는 행정고시에 합격, 과학기술부 사무관으로 있으며, 아들 익준씨는 동국대 영화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박신양·김혜수 작품 출연=그는 대학 3학년 때 ‘가변차선’(1992년)을 졸업작품으로 내놓았다.

이 영화로 단편영화제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대학 동기인 박신양이 주인공이고, 김혜수는 조감독을 맡았다. 당시 청춘스타인 김혜수는 이명세 감독의 영화 ‘첫사랑’의 주인공이었다.

“내 작품인 가변차선을 찍는다며 김혜수가 첫사랑 촬영 스케줄을 펑크 내버렸죠. 이명세 감독은 내게 ‘단편영화를 한다는데 김혜수에게 출연료를 주기는 하느냐’며 황당해했죠.”

그는 대학 졸업 후 충무로에 들어갔다. 조감독 시절 수입은 월 8만원이었다. 결혼생활조차 영위하기 어려웠다. 어머니가 보내준 용돈과 시나리오를 팔면서 충무로에서 4년을 버텼다.

감독 첫 데뷔작으로 유리(1996년)를 내놓았다. 박신양의 데뷔작이기도 하다.

33세의 청년 수도승 ‘유리’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거침없는 수행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화두를 내던진 영화였다.

“불교 최대 종파인 조계종 스님들이 금기를 깼다며 들고 일어났죠. 영화를 개봉 못할 뻔 했죠. 가까스로 개봉은 했지만 흥행에 실패했죠. 그러나 한국영화로는 세 번째로 칸느영화제에 초청을 받았습니다.”

한국영화감독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영화인들의 권리 보호와 고용 안정에 앞장서고 있다.

영화는 영화관만이 아닌 지상파방송과 케이블·디지털TV, 스마트폰에서 재방영이 될 수 있도록 부가판권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한 수익은 촬영·조명·음향·미술·편집에 종사하는 전 영화인에게 돌려주기 위해서다.

 

▲ 최근 tvN에서 방영된 ‘크리미널 마인드’ 시사회에서 인터뷰하는 모습.

 

▲영화·드라마를 넘나들다=영화 라베라메(2000년)는 4억원을 받고 일본에서 개봉했다.

바람의 파이터(2004년)는 관객 250만명을 돌파, 그해 국내 여름시장을 석권한 후 일본 열도에서 개봉됐다. 이 영화는 28개국에 수출됐다.

드라마로 진출해 만든 아이리스(2009년)는 공전의 히트를 치며 38개국에 수출됐다. 일본 촬영지인 아카타현에선 난리법석이 났다.

“교포들은 한국 제작진이 시골마을까지 와서 드라마를 찍는다며 감동을 했죠. 이들은 돈을 모아 전 스태프에게 직접 끓여준 김치찌개를 대접했죠.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그 마음을 알게 되더라고요.”

“일본 등 선진국에선 엑스트라를 자원봉사로, 즉 무료로 출연합니다. 각 나라마다 영상산업의 위상을 알기게 가능한 일이죠.”

아이리스를 헝가리에서 촬영할 때 100명의 스태프가 갔다. 순수 제작비로 12억원을 현지에서 썼다. 방영 후에는 헝가리에 한국인 관광객들이 몰려갔다.

“영상산업의 파급효과를 알기에 지자체마다 제작비의 30%를 지원해주죠. 제주에도 세트장을 건립하고, 영화사를 설립하는 등 영상산업을 키우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영산산업이 뜬다=‘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친 지강헌 사건을 다룬 영화 홀리데이(2005) 촬영을 위해 양 감독은 전북 익산에 교도소 세트장을 지었다. 이 세트장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문경세재와 합천 세트장 2곳은 산 속에 있는데도 유명 관광지가 됐죠. 커피숍과 음식점이 들어섰고, 관광객이 몰리면서 지역을 홍보하데 일조하고 있죠. 관광지 제주에 촬영 세트장이 들어서도록 종합적인 플랜이 필요합니다.”

양 감독에 따르면 부산이 영화도시가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재난영화인 리베라메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지원한 1호 작품이다. 병원 내 폭발 장면은 병원 측의 협조로 그래픽이 아닌 실사로 이뤄졌다.

부산 시민들은 영화촬영 내내 도로가 막혀도 짜증을 내지 않았다.

“부산에서 영화를 촬영할 때 부산시장은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내개 전화를 하라’며 명함을 주더군요. 지금 부산은 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영화도시가 됐고, 많은 감독과 PD들이 부산에서의 촬영을 선호하고 있죠.”

양 감독은 아이리스 전투신 촬영을 위해 광화문 일대를 전세 낸바 있다.

서울시는 교통 혼잡에도 드라마를 통한 홍보효과를 기대하며 촬영허가를 내줬다. 현장에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면서 망원경 장사꾼까지 등장했다.

 

▲ 기수와 경주마를 다룬 영화 ‘그랑프리’(2010년) 시사회. 오른쪽부터 양윤호 감독, 주인공 김태희·양동근씨.

 

▲차기작은 전쟁영화=양 감독은 차기작으로 전쟁영화를 구상하고 있다. 초창기 대한민국 공군의 태동과 활약을 앵글에 담을 예정이다.

“6·25전쟁 당시 미 공군이 500회를 출격해도 평양 승호리 철교를 폭파하지 못했죠. 우리 공군은 단독 작전으로 임무를 완수했죠. 초창기 우왕좌왕했던 우리 공군의 자존심과 위상을 보여준 실화를 영화할 계획입니다.”

양 감독은 “제주가 홍콩처럼 아시아의 영화 중심이 되도록 영산산업을 키워야 한다”며 “제주특별자치도는 영상산업 관리체계와 지원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제주도가 영상산업에 투자해서 손해 볼 것은 없다. 아이리스처럼 전 세계에 방영되면 관광객들은 저절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화산업이 부산시대에 이어 제주시대로 열릴 수 있도록 통 큰 투자와 열린 마음이 있어야 한다”며 “반지의 제왕처럼 영화는 제주의 청정자연에 스토리를 입힐 수 있으며, 제주의 위상과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다”고 말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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