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진동만 울려도 가슴 철렁"…포항 지진 트라우마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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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극도 불안·두통증세 호소…"일부 심리상담 중 울음 터뜨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불안감 잊으려 '생존배낭' 챙기기도
▲ 19일 오전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에서 지진 피해 이재민들이 대피소를 옮기기 위해 줄지어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사생활 보호와 건강 및 위생문제를 우려해 흥해실내체육관에 모여있는 이재민을 분산 수용하기로 했다.

"한밤중에 핸드폰 진동만 울리면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집 밖으로 뛰어나갈 때도 많습니다."


한반도 지진 관측 이래 두 번째로 큰 규모인 5.4 강진 발생 이후 여진이 1주일째 이어지면서 '지진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주민이 갈수록 늘고 있다.


21일 포항시 재난종합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지진 이후 포항 남·북구 보건소 등에는 극도의 불안 증세와 피로감, 우울, 기억력 장애 등을 호소하는 주민이 줄을 잇고 있다.


주민들은 보건소 등의 재난 심리상담 과정에 이런 증상을 하소연하고 있다.


행정당국은 극도의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을 달래기 위해 심리상담 전문가 등 63명으로 심리지원단을 편성했다.


19일까지 포항 남·북구 보건소와 항도초등학교, 흥해남산초등학교, 흥해공고 등 8곳에서 258건의 심리상담을 진행했다.


대책본부는 불안을 호소하는 주민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보고 21일부터는 24시간 정신건강 상담전화(1577-0119)도 운영키로 했다.


대책본부 관계자는 "일부 주민은 상담 중 불안증을 호소하다가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상담소를 찾지 않은 주민도 불안 증세를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50여 차례 여진에 이어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사이 규모 3.5 이상으로 비교적 강도가 큰 여진이 잇따라 발생하자 불안은 갈수록 높아지는 분위기다.


포항 북구 김모(49)씨는 "규모 3 미만 여진이 올 때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지만 3.5 이상 여진이 두 번 잇따르자 아내와 아이들이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면서 "지진 공포도 공포지만 비명을 듣고 나니 저 자신도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고 했다.


남구 양학동 김재훈(40)씨는 "지난해 경주에서 규모 5.8 지진을 한번 겪고 이번에는 포항에서 5.4 지진을 겪었는데 이제 지진이라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경주 지진 이후로 어지간한 높이는 엘리베이터도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남구 효자동 정모(69·여)씨는 "좀처럼 잠을 못 잔다. 조금만 울렁거려도 지진이 온 것 같아 가슴이 울렁거린다"며 불안을 호소했다.


일부 주민은 불안한 마음이 생길 때마다 더 큰 지진이 올 때를 대비해 생수 등 생필품을 챙기는 일을 한다고 했다.


포항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만난 최모(35)씨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마트에서 생존 배낭에 넣어둘 생수와 라면, 상비약을 챙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다"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떨고 있는 것보다 이런 방식이 훨씬 낫다고 생각되고 아내와 아이들을 안심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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