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題: 登馬城岳/先韻 (말찻 오름에 올라/선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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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撫耺 金祥玉(작시 무운 김상옥)

迎日林間入 영일림간입 해맞이 숲길에 들어서니

流光愈美焉 유광유미언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 아름답구려/

淸風陰助賴 청풍음조뢰 숲속 청풍에 힘입어

肺腑世塵蠲 폐부세진견 마음속 잡념을 날려 보내리/

 

▲流光=찬란한 빛, 물결에 비치는 달, 세월(歲月) ▲陰助(음조)=도움 받는 사람도 모르게 넌지시 뒤에서 도와줌 ▲洗淨(세정)=씻어서 깨끗이 함 ▲肺腑(폐부)=마음의 깊은 속 ▲世塵(세진)=세상살이의 잡다한 근심거리, 일 ▲雜念(잡념)=여러 가지 잡스러운 생각, (불교)수행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옳지 못한 생각 ▲蠲=밝을 견, 제거하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에 작자가 속한 모임에서 피서 겸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산행을 하였다. 표선면 가시리 지경의 붉은오름 북쪽에 위치한 말찻오름[馬城岳]에 올랐다.

 

오랜만에 산행에 나선지라, 무더위에 일행을 따라 목표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숲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 몇 분을 걸어 들어갔더니 매우 경이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우거진 숲에 옅은 아침 안개가 깔려 있고, 나무 사이로 간간이 비치는 햇빛 줄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스러운 모습인데, 이슬 머금은 고사리랑 작은 나무와 풀들에 닿은 정경(情景)은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더구나 숲속은 부드럽게 부는 바람과, 상쾌한 풀내음이 우리들 더위를 잊게 할뿐만 아니라, 정신을 맑게 하고 산을 오르는 피로를 풀게 하였다.

 

부대끼며 살다 보니 마음 속 한 구석엔 ‘바람 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더불어 휩쓸려 살자’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우리 사회에는 성실하고 남을 배려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음을 보고 느끼기도 한다. 사리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휩쓸려 살아 갈만 하지 않는가? 마음속 잡다한 생각들을 숲속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멀리멀리 날려 보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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