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실습생 억울한 죽음, 진실 밝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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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터진다.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현장실습 사망사고 얘기다. 이번엔 제주에서 또 한 명의 젊은 청춘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현장실습에 나갔던 모 특성화고 3학년 이모군이 제품 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로 치료를 받다가 끝내 지난 19일 숨진 게다. 그날은 그의 열여덟 번째 생일을 나흘 앞둔 날이었다.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이 더하다.

특성화고 실습생의 죽음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1월 전북 전주시 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특성화고 여학생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당시 “콜수를 다 못 채웠다”는 문자를 남겼다. 지난해엔 구의역에서 한 현장실습생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참담한 심정이다. 한편으론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2011년부터 거의 매년 현장실습생들의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서다. 왜 해마다 특성화고 실습생들에게 불행한 일들이 되풀이되고 있을까. 거기엔 실습생들을 교육이 아닌,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내몰고 있는 우리 사회의 비정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 만큼 정부와 기업, 교육당국 등의 책임이 적잖다.

현장실습은 말 그대로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현장에서 실습하는 것이다. 부연하면 학생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 대신 각 사업장으로 출근해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배우도록 하는 일종의 대체수업이다. 하지만 본래 취지와 달리 저임금, 단순 노동력 공급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산업현장에 나가 있는 실습생 대부분은 현장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일을 강요받고 있다고 한다. 반면 휴식이나 근무시간 이행 측면에선 제대로 된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 및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선 노동력 착취, 인권유린, 학습권 상실 등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제도 보완과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군의 죽음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도내에선 공동대책위원회가 어제 출범해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에 나선다. 그렇다.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우리가 이군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깊이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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