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녀(海女)’로 꼭 불러야 합니까
‘해녀(海女)’로 꼭 불러야 합니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최규일. 제주대학교 명예교수
‘유네스코 지정문화유산 해녀의 민속과 어문학’이란 학술대회가 제주대학교에서 열렸다. 어느 분이 기조 발표에서 용어가 중요하다면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시 ‘제주해녀’로 하느냐, ‘한국해녀’로 하느냐로 논쟁이 많았다고 했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Jeju Haenyeo(Women Divers)’로 기록돼 등재됐다. ‘Jeju Haenyeo(제주해녀)’로 적은 게 실수다. 우먼 다이버스(Women divers)를 ‘제주해녀’로 해석할까 하는 의구심에다, 일본 해녀[아마(あま)]가 제주해녀로 둔갑(遁甲)할지 모르는 기우(杞憂) 때문이다. 제주 고유의 풍속을 잃을까 염려스럽다.

직역이든 의역이든 음역이든 번역은 제2 언어의 창조요, 번역은 고도의 정신적 창의(創意)다. 번역은 언어의 혼란과 무질서를 정돈과 질서로 바꿔주는 작업이다.

제주방언 연구의 권위자이자 대가이신 현평효 박사의 『제주도방언연구(1962)』에는 ‘잠녀(潛女)/‘잠수(潛水)/해:녀(海女)’로 적혔다. 그리고 고재환 박사는 『제주어 나들이』(2017)에서 ‘해녀’는 제주어가 아닌 일제 잔재인 ‘아마[あま:海女]에서 비롯한 말이며, 한자어 <?녀(潛女)>가 진짜 제주어이니, 유네스코 등재에 앞서 제주어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한글 소실문자 중 하나인ㆍ(아래아)를 적도로 허용했다. 이는 제주말 표기에서 고유 방언을 살려 적기 위함이다.

해녀란 말 자체가 일어 한자어인 데다가 ‘잠녀’는 어감이 안 좋아 꺼려하니, 다른 말이 없을까? 생각하니 ‘잠수(潛嫂)’란 말이 떠올랐다. 잠수의 수(嫂)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뜻이다. 이를테면 형의 아내를 형수(兄嫂), 아우의 아내를 제수(弟嫂)라 불렀다.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여자를 높여서 부르면 ‘잠수(潛嫂)’요, 낮추면 ‘잠녀(潛女)’가 된다. 달리 ‘해수(海嫂)’로 부를 수도 있겠으나 ‘잠수’가 나아 보인다. 일어 ‘海女-아마(あま)’ 대신 우리말 ‘잠수’로 부르면 좋지 않을까? 아무리 바다에서 자맥질하는 여자라도 높여 대접한 선인들의 정신을 받들어 ‘잠녀’보다는 ‘잠수’로 부르는 게 좋아 보인다.

잠수(潛嫂)는 우리식 한자어이다. 일본은 잠수(潛水)로 적지만 잠수(潛嫂)로 쓰지 않는다. 지금 제주에서는 한때 경멸의 뜻을 지닌 ‘부락’이란 말은 ‘마을’로 바뀌었다. ‘부락’이란 말이 ‘마을’로 바뀌는 데 근 30년이 걸렸다.

‘해녀’란 말도 ‘부락’이란 말이 바뀌듯 머지않아 바뀌리라 믿는다. 일어 ‘해녀’를 쓰지 말고, ‘우먼 다이버스(Women divers)’, ‘우먼스 다이빙(Woman’s Diving)’을 <제주 해녀>로 번역[통역]하지 말기를 바란다.

오역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 잘못된 용어를 맹목적으로 그대로 따라 사용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주객이 누구냐에 따라 주객이 바뀌면 말도 다르게 해석된다.

말에는 씨가 있다. 말에는 뜻(의미)이 있다. 한 번 그릇되거나 잘못된 말이 굳어지면 고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뜻이 안 좋은 말을 그냥 그대로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만시지탄이라도, 그르고 잘못된 말은 바꾸어 고쳐야 한다.

언어는 햇빛과 같은 존재다. 언어는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뜻있는 말과 무의미한 말, 해서는 안 될 말, 버려야 할 말과 살려야 할 말들을 가려야 한다. 언어 사용의 적정(適正)을 살필 때다.

세상은 변하고 바뀌며, 시대에 따라 언어도 생성소멸 한다. ‘해녀’란 말을 버리고, ‘잠수(潛嫂)’로 자꾸 부르면 좋은 뜻이 되어 굳어진다. 이제라도 일어 ‘해녀’를 우리말 ‘잠수(潛嫂: zamsu)'로 부르자. 말을 다듬어 정통성(正統性)을 이어가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