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청사와 제주광장
제주시청사와 제주광장
  • 제주신보
  • 승인 2017.11.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좌동철 사회부장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2002년 월드컵. 붉은 악마들의 길거리 응원을 지켜본 서울시민들은 사회적 결집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2004년 서울시청 앞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서울광장이 조성됐다.

대청마루에 뜬 보름달을 연상하는 타원형의 잔디광장(1만3207㎡·3995평)은 추위에 강한 ‘켄터키 블루그래스’를 깔아 사계절 내내 초록빛을 발산하고 있다. 서울광장은 멋진 야경과 문화·예술 공연, 축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서울의 중심이 됐다.

겨울에는 스케이트장으로 변신, 단돈 1000원을 받으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겨울 대규모 촛불집회에 양보했던 스케이트장이 올 겨울에는 시민들 곁으로 돌아오면서 반기고 있다.

광장이 없는 제주의 현실은 초라하다. 2002년 월드컵 응원전을 펼칠 광장이 없어서 유동인구가 뜸하고 주위가 어두컴컴한 제주종합경기장 애향운동장에서 열렸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20회에 걸친 촛불집회에는 5만6000개의 촛불이 타올랐다. 제주시청 어울림마당(303㎡·92평)이 비좁아 옛 한국은행 제주본부 앞 2차로의 교통을 차단해 집회 장소로 이용됐다.

제주시와 경찰의 양해에 따라 촛불집회는 임시 허가장소인 아스팔트 도로 위에서 열렸다.

제주시는 지난해 15억원을 들여 옛 종합민원실(1287㎡)과 부속동(412㎡)을 밀어버리고 어울림마당의 5배 규모(1453㎡)의 제주광장(가칭)을 조성하기로 했다. 지하에는 2층 규모의 주차장을 설치, 주차난도 덜기로 했다.

청사 일부를 허물려고 했더니 되레 1국 3개 과가 늘어났다. 사무실 공간 부족으로 제주광장 사업은 중단됐다.

이처럼 제주광장 조성과 시청사 확보는 양립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주시의 구상은 본관과 5개 별관, 상하수도과, 복지동 등 8개 동으로 분산된 건물을 한데 모으는 통합 청사를 신축하기로 했다. 그러면 광장의 규모도 넓어지게 된다.

근대문화유산인 본관은 문화·예술 전시 및 창작 공간으로 시민들의 품에 돌려주기로 했다.

이와 관련, 용역을 실시한 결과, 제1안은 옛 한국은행(현 종합민원실) 건물을 철거해 지상 11층·지하 3층의 통합 청사를 신축하는 방안이 나왔다.

이에 소요되는 예산은 925억원이다. 문제는 2년이 소요될 공사 기간에 소음과 분진, 교통 혼잡, 주차난에 대량의 건설폐기물 발생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시청사를 시민복지타운으로 이전하면 1300억원이 소요되지만 환경오염과 교통·주차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 이점이 있다. 근대문화유산인 본관을 제외한 모든 청사와 넓은 부지를 시민들에게 돌려줄 수 있어서 서울광장에 버금가는 제주광장을 만들 수 있는 메리트가 있다.

그런데 예산 효율성과 사업 타당성을 따지기에 앞서 2011년 제주시는 시민복지타운으로 청사 이전 불가를 공표했다. 만약 이전을 밀어붙이면 주변 상인들의 집단 소송은 불 보듯 하게 됐다.

작금에 와서 ‘시청사를 시민복지타운에 짓겠다’며 입장을 번복하면 행정의 신뢰는 곤두박질치게 됐다. 이 문제로 10년간 제주시와 주변 상인들 간 마찰이 발생했고, 제주사회의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이전 불가 방침으로 결론을 내렸다. 제주광장과 시청사 확보는 여전히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제주시는 지난 9월 용역 결과를 받았지만 지금도 논의 중이다. 현재 시청사가 복잡한 미로처럼 연결돼 방문객들이 복도에서 헤매는 것처럼 광장 조성과 통합 청사 신축문제는 미로로 빠져들고 있다.

내년 말 제주시는 인구 50만의 대도시가 된다. 이에 걸맞은 광장 조성과 통합 청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를 늦춰서는 안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