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생 참변 부른 ‘하루 12시간 중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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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생으로 일하다 숨진 고(故) 이민호군은 일반 직원처럼 일했다. 음료 제조회사에서 자동화 기계 흐름과 고장을 파악하고 지게차를 직접 몰아 제품을 옮겼다. 학교와 업체가 맺은 협약으론 하루 7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12시간이 넘는 연장근무에 내몰렸다. 업체와 별도로 근로계약도 맺었다. 그는 학생이라기 보단 노동자였다.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이군은 한달에 최대 80시간 넘게 초과근무 등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고 한다. 연장근로는 물론 휴일근로, 야간근로 명목으로 거의 매일같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실습’이란 말이 무색해진다. 지난 8월엔 이군은 기계 점검 도중 다쳐 치료를 받았으나 회사 측은 일손이 달린다며 그에게 일을 계속 맡겼다고 한다.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이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숨진 것은 올 들어서만 두번째다. 지난 1월에는 한 통신회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여학생이 ‘콜 수를 채우지 못한’ 업무 스트레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에 가지 않아도 기능인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을 지닌 학생들이 현장실습을 나가 중노동과 심지어 죽음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인재일 뿐아니라 학습권 및 노동인권 침해라는 공분이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현장실습 학생들이 근로보호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현장실습 제도는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현장에서 응용하고 익히게 하겠다는 게 취지다. 그런데 저임금 노동인력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등은 이군 빈소에 조문하고 유사 사고 방지대책을 약속했다. 안타까운 건 현장실습 고교생의 죽음은 해를 거르지 않고 거듭된다는 점이다. 그때마다 정치권은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늘 세부안을 내놓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보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취업률을 잣대로 특성화고 예산을 결정하는 방식부터 재고해야 한다. 표준협약서 위반업체는 엄벌하고 사업 대상에서 배제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거라면 현장실습제도를 아예 폐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야말로 법·제도 개선을 위한 정치권의 실행의지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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