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경찰이 있어야 할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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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성회 제주대 독일학과 교수 / 논설위원

운전을 하다보니 경찰서에서 보낸 ‘세금고지서’를 받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26년 동안 대여섯 번 그랬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로 낯선 길을 서둘러 달리다가 속도위반을 한 경우였다. 그런데 올 여름에 또 그 ‘세금고지서’를 받았다. 시속 66㎞로 달리다가 스피드건에 찍혔던 것이다.

출퇴근 때 많이 달리던 길이고, 한여름 아스팔트에서 내뿜는 열기를 가급적 빨리 피하고 싶기도 해서 주위를 살피지 않고 평소처럼 달렸다. 주변에 집 한 채도 없는 길이었다. 귤밭 옆 인도 위에서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는 가로수 아래서 스피드건을 쏘는 경찰이 시야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1주일쯤 후에 날아온 ‘세금고지서’에서 확인한 속도는 66㎞였다.

사실 그 자리는 교통경찰이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니었다. 이삼백 m는 족히 떨어진 곳에 어린이집이 있을 뿐이어서 사고 위험도 없는 곳인데, 그 도로의 제한속도는 ‘50’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이는 ‘세금고지서’를 받고 난 뒤에야 확인한 사실이다.

교통환경 개선에 주로 쓰인다니 기꺼이 그 ‘세금’을 납부하기는 했다. 그러나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교통경찰의 임무와 권한을 확인해봤다.

네이버에서 검색한 ‘경찰학사전’에 따르면 ‘교통경찰’이란 ‘도로에서 발생하는 모든 교통상의 위험과 방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경찰 활동’이다.

교통경찰의 구체적인 내용은 ① 교통혼잡을 완화하고 교통의 원활한 촉진을 도모하며, ② 교통공해를 예방하는 교통정리, ③ 도로에서의 위험을 방지하고 교통의 안전과 원활함을 위한 신호기, 안전표지, 교통경찰관의 수신호 및 지시·명령 등의 교통규제, ④ 교통법규 위반차량이나 보행자에 대한 감시, 예방, 경고, 주의 및 적발, 검거의 교통지도단속, ⑤ 운전면허 등이다.

그 어디에도 교통경찰이 스피드건을 들고 다니며 ‘세금고지서’ 발급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을 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교통경찰의 주된 임무는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이 이루어지는 곳에도 교통경찰이 배치된다는 것은 교통경찰의 수가 필요 이상으로 많다는 말이 된다. 과연 그럴까?

그런데 아닌 것 같다. 꼭 필요한 곳인데도 교통경찰이 안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엉뚱한 자리에 배치된 것이다.

지금 제주시내에서는 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교통공해’가 심각하다. ‘교통공해’가 심각한 곳에 교통경찰이 배치되어 이를 예방하는 것이 교통경찰의 주된 임무임은 위에서 알아본 바와 같다.

그런데 교통경찰 차량만 보이고 교통경찰은 안 보인다. 모범운전자 등 자원봉사자만 보인다. 교통경찰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척 궁금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자타가 공인하는 관광지역이다. 따라서 도로사정에 익숙하지 않은 관광객이 운전하다가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 교통경찰은 확실히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곳에 경찰을 배치하여 사고를 예방함으로써 즐거운 관광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고예방을 위해 투입되어야 할 교통경찰이 엉뚱한 곳에서 ‘세금고지서’ 발급을 위한 자료를 수집하는 일에 매달려야 되겠는가!

사고와 ‘세금고지서’ 때문에 제주관광의 미래가 어두워질 수도 있다.

제주도 전역에 잘못 배치된 교통경찰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배치되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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