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기에 부적합한 한라산 탐방로 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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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을 오르내리는 탐방객들은 몇 해 전까지 물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탐방객들의 마른 목을 축여주며 기운을 줬던 샘물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어서다. 그들에겐 샘물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다. 허나 요즘은 아니다. 반드시 음용수를 챙겨야 한다. 샘물 대부분이 오염돼 마음 놓고 마실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라산 탐방로에서 먹는 물 공동시설로 지정ㆍ관리되고 있는 샘물은 영실탐방로의 영실물과 노루샘, 어리목탐방로의 사제비물 등 3곳이다. 이들 샘물은 지난 2월 하순 제주도상하수도본부의 수질 검사에서 총대장균군 등이 초과 검출돼 사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됐다. 한데 10여 일 뒤인 3월 초에 이뤄진 재검사에선 이상이 없어 최근까지 개방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 진행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수질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총대장균군이 검출됐지만 관계 당국은 경고문 부착, 음용 중단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해당 샘물은 영실물과 노루샘이다. 그중 영실물은 6월 21일, 9월 5일, 10월 11일 등 연이어 3번씩이나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관련 지침상 폐쇄 조치를 해야 했지만 당국은 그러지 않았다.

왜 가만히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러는 사이 사정을 모르는 탐방객들은 애꿎게도 오염된 물을 마셔야 한다. 실제 10월 11일 부적합 판정을 받은 노루샘의 경우 그 달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총 1337명의 탐방객이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탐방객들로선 화가 날 일이다. 영실물을 마신 탐방객들도 똑같은 심정일 게다.

더 충격적인 건 오염 요인을 추적한 결과 사람의 인분이나 동물의 배설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럴 경우 여러 병원균이 존재할 공산이 크다. 정확한 원인 규명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그에 앞서 영실물과 노루샘에 대한 이용 금지 조치가 시급하다. 당국의 발빠른 후속 대응을 기대한다.

오염 사례는 여기 만이 아니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내 다른 샘물에서도 음용 부적합 판정이 났다. 합리적인 수질관리 개선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제주도가 한라산 내 샘물 9곳 등에 대한 수질역학 조사 용역을 진행하는 이유다. 머잖아 그 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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