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먹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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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목마를 때 오히려 사막을 마셔라/ 소금 같은 사막의 모래를 마셔라/ 목마른 낙타들이 다니는 길을 따라 걷다가/ 잠든 사막의 별을 마셔라/ 나는 오늘 사막에 떨어진 별 하나 주워/ 별 속에 출렁이는 바닷가/ 새들이 마시는 물을 마신다/ 새들이 알을 낳은 절벽을 깨뜨려/ 절벽의 물을 마신다’

정호승 시인의 ‘물 먹는 법’이라는 시다.

사람들은 물을 마실 때 깊은 생각 없이 벌컥벌컥 마시곤 한다.

물 마실 때에도 어떤 법이 있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시인은 물을 경외시하면서 구도자의 심정으로 마시는 것 같다.

사막에 갔던 사람들은 모두 안다.

사막에서 물이 없으면 어떻게 될지.

숨 막히는 더위 때문에 자꾸 목을 적셔야 한다.

땀이 마르면 소금기를 머금게 된다.

그러한 피부에 뜨거운 태양빛이 닿게 되면 더더욱 괴롭다.

사막을 걸을 땐 사막만큼 물을 마셔야 한다. 사막의 모래만큼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국 박물관에 엎드려 있는 5000년 전 이집트인의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존재가 될 것이다.

그래서 시인에게 물은 절벽을 깨뜨려 마실 만큼 경외의 대상인가 보다.

▲제주는 물이 깨끗한 지역으로 소문이 나있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생산되는 먹는샘물 ‘삼다수’는 줄곧 국내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물맛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브랜드 가치 평가 회사인 브랜드스탁이 3일 발표한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에서 삼다수가 17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0계단이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물이 깨끗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제주에서 물 때문에 물 먹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한라산 탐방로에 있는 영실물과 노루샘 등 2곳의 물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최근 조사한 결과 대장균이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영실물의 경우 6월, 9월, 10월 3차례 부적합 판정이 나왔다.

특히 10월 20일부터 11월 5일까지 1337명의 탐방객이 노루샘에서 물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등산에 따른 갈증 때문에 벌컥 벌컥 마셨을 것이다.

대장균이 기준치를 초과한 물을 말이다.

먹는샘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행정기관이 탐방객들을 물 먹인 셈이 됐다.

앞으로 한라산을 찾는 사람들은 ‘물 먹는 법’을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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