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積弊淸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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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성 현대법률연구소장 前수원대 법대학장 논설위원

지금 ‘적폐청산’이라는 용어가 정계 기타 사회계에서 자주 거론되고 있다. 사족일지 모르나, 국어적으로 풀이하면 ‘쌓여온 폐단을 청산’한다는 용어이다. 그 내용·청산의 방법에 대해선 많은 견해가 개진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몇 가지로 축한시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적폐’(積弊)는 광범위하게 말하면 경제계, 정계, 기타 사회 모든 분야에 있어온 바람직하지 않은 일들이라도 말할 수 있고, 좁게 말하면 법을 위반한 행위, 기타 사회의 미풍·양속에 반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흔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폐단이 되는 행위를 저질러 오기도 했다.

나는 여기서 특히 정계와 경제계, 기타 국가기관에서 행하여온 반민주적·반 법치주의적 구습에 대하여 언급해 볼까 한다. 우선 어떤 기관이 있지도 않은 사실을 ‘연극대본’처럼 꾸미고, 개인의 명예훼손 내지 모욕적 현상을 작출하고,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다. 내가 한국 정치의 내막 등을 파악하게 된 60여년의 기억을 회상하여 보면, 반민주적·반 법치주의적 행태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그동안 행해온 ‘인권 탄압적 권력행태’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최근 ‘적폐청산’을 들고 나오는 분들이 과거 70년 이상 누적돼온 악행을 모두 청소하 듯 바로잡겠다는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정확치 않을지 모르나, 약 10년 내에 발생하던 반 실정법적, 반민주적 행태를 바로 규명하여 ‘오염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하는 것 같다. 이제 대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정치세력에 대한 ‘흠집내기’ 혹은 ‘설자리를 잃게’하려는 동기의 발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고, 특히 ‘구정치의 관행’이라고까지 주장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반민주적·반법치주의적 범법행위를 ‘관행’이라고 하면서 최근의 범법 행위를 재조사하는 것에 대해 ‘법적 안정성’을 해하는 ‘반보수주의’ 태도라고 비판하는 건 적폐를 은폐하려는 세력으로 보고 싶다.

새로운 민주주의적 정의 풍토에서 정치를 계속하려면, 과거의 법위반·악습을 떨쳐버리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국민의 박수를 받는 ‘정치 활동을 보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정치라는 것이 다소 ‘공작’은 있게 마련이라도, 몇 가지 범죄 사실은 진실을 밝혀, 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면 정치인은 더욱 존경받게 되지 않을까.

범법행위에 해당하는 ‘적폐’는 청산돼야 한다. 그 평가는 역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적폐’의 은폐 세력이다. 그러나 의욕이 과잉돼 위법 명령권자 외에 단순 명령 복종자까지 전부 처벌하거나, ‘풍토적 관행’으로 저질러온 사항들을 하루아침에 모조리 일소하려는 것은 ‘적폐청산’의 동력을 잃게 할 우려가 있다.

더하고 싶은 말은 초과 이윤을 확보하고도 투자하지 않은 독과점의 폐해는 시정되어야 한다. 많은 문제점이 있으나, 저임금의 비정규직제도는 개선돼야 하고 중소기업, 중소상인과 상생의 경제 활동을 위해 양보해야 한다. 투자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몇 백 조는 과감히 투자하여 고용증대의 효과를 유발시키던지, 그렇지 않으면 국가가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데 쓰도록 기부해야 한다.

경제계의 숨겨진 비리를 청산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그동안의 ‘불균형성장론’적 혜택을 너무 보아온 것이 대기업이고, 혜안적인 정부정책 부족으로 ‘낙수효과’는 이론만큼 이뤄지지 않았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의 모순점은 시정돼야 한다. 그리고 고소득자 등 ‘甲의 지위를 갖는 자’ 는 보다 ‘사회연대’ 사상을 가져야 한다. ‘적폐청산’은 궁극적으로 ‘경제민주화’로 이어져야 한다. 경제가 성장하여야 분배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백번 옳다. 그러나 성장에 비례하여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소득분배론’의 주장이 타당성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소득분배론’이 기본적으로 ‘성장분배론’의 타당성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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