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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인용한다.

“ABC제도는 신문·잡지 등의 경영 합리화와 광고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한데 현실에선 좋든 싫든 신문사 간 서열을 매기는 잣대로 활용되고 있다. 어쨌거나 부수가 많아야 영향력 있는 유력지로 인정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 신문사들이 매년 ABC 심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유일 게다.” (제주新보 2017. 11. 29 고경업 논설위원의 춘하추동 ‘ABC는 신문 서열의 잣대’ 부분)

연전에 일간지를 발행 부수로 줄 세워 놓은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제주지역 대표 일간지 전통의 ‘춘하추동’ 설자(說者)가 이를 속속들이 짚어 낸 건 처음이다. 더욱이 고정 필진의 글이라 단박 눈이 갔다. 무엇이 눈길을 긴장시킨 걸까. 항용 에너지 넘치는 그의 필력이 작동한 것일 테지만, 글제의 힘도 작지 않았다. ‘ABC 그리고 서열, 잣대’.

과문이라 ‘ABC협회'가 낯설었다. 이 제도는 일단 신문·잡지 등 각 매체로부터 자발적으로 발행·유료 부수를 보고 받은 뒤, 발행사와 인쇄공장을 직접 방문해 실사를 벌이는 방식으로 매우 엄격하단다. 각종 장부와 증빙서류를 확인해 인증 절차를 거침은 물론이다. 그런 연후 실증된 결과를 발표한다.

이런 제도가 있다니. 필요해 하는 거지만, 일을 수행하려면 진땀께나 쏟을 것이다. 언론은 견고한, 이 시대양심 최후의 보루다. 그 힘이 여하튼 언론을 함부로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언론사를 줄 세우는 것이야말로 지난한 일임이 분명하다. ABC의 과단성 있는 결기에 새삼 놀란다. 언론사도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으리라.

전국 일간지 163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 발행·유료 부수 인증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소간 희비가 엇갈렸을 법하다.

제주지역 일간지라고 예외겠는가. 가지런히 비교해 앞으로 나란히! 하고 줄을 세웠다. 제주新보는 발행 부수에서 선두를 지켰고, 유료 부수에서는 한라일보에 간발의 차로 처진(141부) 결과가 나왔다. 어쨌든 제주新보가 발행 부수 2만 부, 유료 부수 1만 부 이상의 자리에 오른 유일한 신문으로 판명됐다.

고 논설위원 말마따나, 제주新보가 이 지역 전통지로서의 옛 성가(聲價)를 놓치지 않으면서 ‘최고(最古)요 최고(最高)’인 신문의 위상을 고수하고 있음이 여실해졌다. 어제 오늘 일인가. 결과만 놓고 쉽게 말할 게 아니다. 그간 수성(守城)을 위해 극한의 애를 써 온 편집진의 피나는 노고를 아는 사람은 안다.

다 제쳐 놓고 현재의 제호인 ‘제주新보’에 들어 있는 한자, ‘新’의 뉘앙스를 곱씹게 된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름표를 새로 달면서, 그 ‘新’자가 어느 날 갑자기 나붙었지 않았는가 말이다.

나는 문화면의 감성 어린 기획 등 크게 고민한 궤적을 행간에서 읽는다. 그런 기획에서 특히 김찬흡 선생의 ‘제주인물 대하실록’은 편집진의 쾌거다. 타지와의 경쟁을 압도했다. 선생의 인물 실록이야말로 제주 역사·사회·문화의 근간을 다져 온 바로 그 맥(脈)을 짚어 낸 게 아닌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낸다.

발행·유료 부수에 일희일비할 일인가. 신문의 몸통이 찢기고 잘리면서 아직 상처가 온전히 아물지 않은 걸로 치면 대약진인 것을….

나는 제주新보를 ‘정의로운 신문’이라 말한다. 세인이 모두 아는 일 아닌가. ‘곧은 낭은 가운디 산다’는 제주속담도 있다. 나무라고 다 한 가지가 아니다. 구부러진 것도 있고 곧게 뻗어 오른 놈도 있는 법이다.

나는 고고(孤高)하고 떳떳한 나무를 좋아한다. 제주新보가 그런 나무다. 그래서 제주新보를 사랑한다. 내 ABC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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