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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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화려한 옷을 훌훌 털고 성자인 듯 서 있는 은행나무에게 다가가 귀엣말로 물어보았다.


“너는 지금 동절기 고행하니?”
“아뇨, 지금부터 겨울잠 자요. 눈 뜨면 봄이거든요.”


앙상한 가지를 보며 썰렁했던 가슴이 따뜻해져 왔다.


미련한 곰이 겨울잠 자는 줄 알았는데 곰은 결코 미련하지 않았다. 참 지혜롭게도 쉬는 법을 알고 있었다.

 

겨울방학을 만들어 놓고도 쉬지 못하는 우리가 과연 지혜로운 인간일까.

 

‘쉴 줄 모르는 사람은 일할 줄도 모른다.’라고 똑똑한 말은 하면서도 실천 못하는 인간이 얼마나 왜소하고 가련한지 오늘 은행나무 앞에서 깨달았다.


둘러보니 겨울잠 자는 유형도 다양했다. 곰처럼 겨울잠 자는 동안 새끼도 낳고 젖도 먹이는 종류도 있고, 박쥐처럼 죽은 듯 겨울을 넘기기도 하고, 개구리나 뱀 같은 변온동물도 얼어 죽지 않으려 겨울잠을 자고, 나비와 나방도 겨울잠을 자며, 우리 집 연못의 잉어 붕어도 겨울잠을 잔다. 모두가 지혜롭게 겨울잠을 잔다.


봄에서부터 가을까지 땀을 흘리던 농부들도 겨울은 ‘농한기’라 하여 쉴 줄을 안다.


미련하다고 생각했던 동물이나 곤충의 지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여 인간의 질병을 고치고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겨울에도 쉬지 않고.


동물이나 곤충의 지혜로운 생존법을 인간은 겸손하게 배워야 한다.


필자는 ‘겨울잠’이란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개구리와 느린 곰도/쉬는 법을 아나 보다//은행나무 벚나무도/다 벗고/자는 것을//화들짝!
/꽃 떨어지면/봄은 절로 열리는 걸//
내려놓을 줄 모르니/쉬는 법도 모르나 보다//권력은 서툰 칼싸움/밤새 흉터뿐인데//농부는/겨울잠 잔다./씨앗/품에 안고 잔다//


권력 가진 자들은 예부터 편한 잠을 자지 못했다.

 

거칠지만 보리밥 배불리 먹고 편하게 막걸리 한 잔하는 농한기 농부들의 행복을 알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허리 구부려 굽실거리면 마치 세상을 얻은 것처럼 목에 힘을 주지만 두 발 뻗고 편히 자지 못한다.

 

권력은 또 다른 권력에게 몰락하기 때문이다. 예수의 사랑이 온 누리에 가득한 12월이다.


이 겨울, 적폐 청산으로 대검찰청이 밤도 대낮 같다.

검사들이여! 겨울잠을 자라. 눈 뜨면 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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