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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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영, 편집부국장
매년 이맘때면 거리에는 종이 울리고 빨간 자선냄비가 등장한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돼지 저금통을 턴 고사리 손이 자선냄비를 찾는가 하면 매년 익명의 독지가가 ‘통 큰 기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부를 악용한 사건들이 잇따라 터지면서 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기부포피아’는 ‘기부’와 공포증을 뜻하는 ‘포비아(phobia)’를 합친 신조어다.

내가 기부한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불안감이 커지면서 기부에 대한 거부감이 생겨난 것이다.

‘기부포비아’를 부추긴 것은 치료비 명목으로 수억원의 기부금을 받아 호화생활을 했던 일명 ‘어금니 아빠’ 사건과 소외계층 아동청소년들을 돕는다며 성금 128억원을 가로챈 비영리단체 사건들로 선의를 베풀려는 사람들의 가슴에 큰 상처를 줬다.

이런 ‘기부포비아’가 확산되면서 기부하려는 사람이 줄어들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피해가 돌아가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내년 1월까지 실시되는 ‘희망 2018 나눔캠페인’이 시작됐지만 매년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던 것과는 달리 목표액을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사회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지역 기부자 수는 2014년 39.9%에서 2015년 35%, 2016년에는 32.6%로 감소하고 있다. 기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답변이 59.9%로 가장 많았지만 ‘기부에 관심이 없다’와 ‘기부금 단체를 믿을 수 없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반면 정부 지정 기부금 단체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국 정부 지정 기부금 단체는 2013년 2584개소에서 올해 9월 기준 43% 증가한 3708곳에 달했다.

제주지역의 경우 2013년 26개소에서 올해 9월 현재 47개소로 4년 새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 단체가 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기부금 단체가 늘어나면서 유명무실한 단체도 늘어나 지나친 기부 강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기부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부금 단체나 개인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감을 줘야 한다.

기부금 단체들이 기부금 집행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법제 정비를 서둘러 선의로 기부한 사람들의 정성이 배신으로 돌아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는 일이 없도록 사회적·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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