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와 마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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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섭, 편집국장대우
‘우리나라 어린 물고기들의 이름 배우다 무릎을 치고 만다. 가오리 새끼는 간자미, 고등어 새끼는 고도리…방어 새끼는 마래미, 누치 새끼는 모롱이, 숭어 새끼는 모쟁이, 잉어 새끼는 발강이, 괴도라치 새끼는 설치…전어 새끼는 전어사리, 열목어 새끼는 팽팽이, 갈치 새끼는 풀치…, 그 작고 어린 새끼들이 시인의 이름보다 더 빛나는 시인의 이름을 달고 있다. 그 어린 시인들이 시냇물이면 시냇물을 바다면 바다를 원고지 삼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 시를 쓰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생명들이 다 시다. 참 착한 시다.’

정일근 시인의 ‘착한 詩’라는 시다. 모든 생명이 詩라는 데 동의한다.

어디 어린 물고기만 꼼지락 꼼지락할까.

사람은 물론, 맹수의 새끼도 태어나면서부터 꼼지락 꼼지락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노크하는 것이다.

▲모롱이, 모쟁이, 팽팽이 등 우리말의 상큼함을 보여주고 있는 이 시는 사람들에게 원래 이름을 불러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기와 횡령 때문에 손해를 본 사람이 있다.

방어를 안주삼아 가해자를 생각하며 “아, 그 개새끼”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 시는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한다.

“아, 그 강아지”라고 해야 한다는 얘기다.

갈치 새끼라고 하지 않고 풀치라고 하듯이 말이다. 참 착한 시다.

이 시를 통해 방어 새끼의 이름이 마래미인 줄 처음 알았다.

많은 사람들이 대방어·중방어만 알았지, 이들이 마래미가 커서 붙여진 이름인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방어의 고장인 제주에서 방어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

마라도 해역을 중심으로 한 모슬포 앞 바다에서 방어가 잡히지 않아 조업에 나선 어민들이 방어는커녕 빈 배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어민들에게 만선보다 더 무거운 게 빈 배다. 한숨과 실망감의 무게가 더 무겁다.

칼바람을 맞고, 얼음처럼 차가운 밥을 먹으며 일했는데도 방어가 안 잡히니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방어의 사촌격인 부시리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아 어민들의 속은 더욱 쪼그라들고 있는 것이다.

어민들은 방어의 먹이인 작은 어류가 예년보다 많지 않아 방어가 북쪽에서 내려오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포화 지방산도 많고 비타민 D도 풍부한 방어가 빨리 제주바다에 몰려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물 반 방어 반인 바다에서 어민들이 만선의 꿈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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