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택한 영혼
자살을 택한 영혼
  • 제주신보
  • 승인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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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순간의 어리석음이었다.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자책감은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으며 외로운 패배의 길을 자초했다. 남아있는 이들에게 슬픔을 만들어내며 나쁜 기억을 가슴에 남길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살아 숨 쉬던 몸에서 멀어진 내 영혼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철저히 혼자가 된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지는 장면, 의사와 주변의 다급한 목소리, 어지러운 광경들이 눈으로 보이고 느낄 수 있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현상. 지독한 가난도 싫었지만 철저히 외면받았다는 고독감과 죽으면 편해질까 하는 못난 생각은 해서는 안 될 짓을 실천으로 옮긴 것이다. 이게 뭘까 하는 의구심과 정리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 이별 인사가 없었던 아쉬움과 회환,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혹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리고 살아왔던 장면이 마치 영화처럼 보인다.

수줍음이 많았던 학창시절 짝사랑의 가슴 앓이, 사소한 오해로 한참이나 베개를 적시던 별이 반짝이던 가을의 어느 날, 호기심에 피워본 담배의 쓴맛을 나누고 배꼽이 나올 만큼 웃었던 우리들만의 비밀. 한잔 술에 취해 세상을 가져보겠다는 호기 그리고 겨울의 낭만을 만들어준 바닷가. 꿈이 있었기에 따가운 눈치도 몸으로 버텨왔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던 어려움이 마음의 벽을 쌓았으며 욕심은 남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다. 기쁘고 보람된 일보다는 잘못이 많았으며 실패에 약한 모습과 주변의 어려움을 외면하는 부끄러운 광경이 펼쳐졌다가 지워진다. 이 정도 밖에 살 수 없었나 하는 후회는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학생처럼 초조함과 긴장에 빠져들게 한다. 이 모든 것은 거듭날 수 있는 기회였으며 시험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제 안내자의 지시를 따라 좁고 습한 곳을 지나 언제나 있었던 것 같은 이곳에서 아픈 반성을 가져야 한다. 저번 생에서도 자살을 했던 적이 있어 이것만은 막아보려고 했던 것이 여행의 목적이었으나 스스로 정한 숙제의 오답을 내고 말았다. 위로받을 수 없는 지옥이다. 시련에 물러나지 않는 의지로 반복의 끈을 잘라야 한다.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약속이며 부족함을 채우려는 책임을 가져야 한다. 고통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이런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죄악이며 천국의 문턱도 밟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