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히 사람 중심 교통환경이어야 한다
마땅히 사람 중심 교통환경이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교통환경이 사람 중심으로 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척도 중 하나가 보행환경이다. 근데 요즘 제주시내를 다니다 보면 그야말로 ‘보행삼불(步行三不)’이란 말을 절감하게 된다. 걷는 게 불안하고 불편하며 불리하다는 뜻이다. 자동차에 떠밀린 보행권이 개선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위협받고 있어서다. 근래 도심 보행환경의 현주소다.

단적인 예는 원활한 교통흐름을 이유로 차도를 늘리는 대신 인도가 잘리는 거다. 신광오거리 경우 해태동산에서 오일시장 방면으로 우회전 1개 차로를 늘리는 공사가 한창이다. 기존 인도가 확 줄어들었음은 물론이다. 선거관리위위원회 맞은편 차로 확장 구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기존 6m 너비의 인도가 절반이나 싹둑 잘렸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을 오가는 학생과 직장인들의 보행 불편이 불가피하게 됐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 10월 대중교통 중앙차로제를 무리하게 시행하면서도 이 같은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2.7㎞ 구간의 양쪽 인도를 3m씩 깎아낸 것이다. 그야말로 차량 중심의 교통시책에 밀려 도심 보행권이 뒷걸음치는 현실이다.

제주의 교통정책은 보행자의 편의보다는 차량의 신속한 이동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허나 급증하는 자동차 탓에 이마저 시원하지 못한 형편이다. 차도와 보도를 구분하지 않는 도로도 아주 많다. 보행자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시민 보행권과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지금 세계의 선진국들은 보행자 중심도시로 전환해 살기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캐나다와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차 중심의 폐해를 경험했기에 차로 폭을 줄이며 보행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국내서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대전시 등이 걷기 편한 보행친화도시를 표방하며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로 볼 때 우리의 도로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도로가 시원스레 뚫리고 차가 쌩쌩 달린다고 선진도시가 되는 건 아니다. 누구나 안전하고 편히 걸을 수 있는 보행권 확보도 더없이 중요하다. 더구나 근래 걷기를 생활화하는 시민들이 느는 추세다. 이제 교통환경은 자동차보다는 보행자를 더 생각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