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대한 추억
음식에 대한 추억
  • 제주신보
  • 승인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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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 엄마와 아이가 행복한 세상 ‘키움학교’ 대표

“언니, 언니가 알려준 콩장이야. 아주 맛있어.”
아침 식사를 하기 전, 사진을 찍고 언니에게 카톡으로 보냈다. 그러자 언니가 회답을 보낸다.
“옛날에 엄니가 만들어주었던 콩장이야. 나도 만들어 먹고 있는데 아주 고소해.”


아버지 제사 모시는 자리서 우연히 콩장 이야기가 나왔다. 마침 농장에 된장콩을 수확해서 가지고 있던 나는 언니에게 보내준다면서 만드는 방법을 물어봤다. 콩장을 떠서 입에 넣으면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어린 시절, 따뜻하고 포근한 부모님의 추억과 함께….  이젠 영영 가지 못할 그 어린 시절의 마당으로 나를 한 순간에 데려다 놓는다.


비록 콩장만이 아니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부모님이 안계신 지금 되돌아보면 음식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몇 가지 있다. 콩밥, 자리구이, 그리고 늙은 호박 등등.


어린 시절 나는 그렇게 콩밥이 싫었다. 붉으스름한 콩을 놓고 갓지은 밥이 왜 그리도 싫었는지 모르겠다. 더군다나 아버지가 최고로 좋아하시는 밥이기도 하다. 콩밥을 하는 날 나의 히스테리는 극에 달한다.


“아이, 이걸 어떻게 먹어~~!” 그 순간부터 아버지의 젓가락질이 바빠진다. 내 밥에 하나씩 들어있는 콩을 다 골라내주시는 거다. 그러다 한 알이라도 덜 골라낸 게 보이면 “아이, 여기 또 있잖아. 빨리!!” 그럼 아버지께선 “그래그래~! 자 이제 됐다.” 그제서야 나는 투덜거리며 숟가락을 든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는 목이 메어 자리구이를 먹지 못했다. 아니 먹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한꺼번에 솟아오르게 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자리를 구울 때마다 아버지는 내 자리를 다듬어주기 위해 손길이 바쁘셨다. “아버진 내장이 더 맛있다.” 꼭 이런 말씀을 하시면서 내가 먹을 자리 머리와 내장 부분을 아주 깨끗하게 다듬어주어야 했다. 나처럼 아버지도 식사를 빨리 못하시는 편이었는데 “내 자리~~!” 이렇게 한 마디만 하면 “그래,그래!” 하시며 얼른 다듬어주셨다. 나는 단 한 번도 아버지를 위해 생선을 다듬어드린 적이 없는데….


마트에 가서 늙은 호박을 갈라 껍질을 다듬어 놓은 것을 보면 아직도 나는 사지 못한다. 죄책감 때문이다. 늙으신 어머니는 내가 껍질을 까다 손이라도 다칠까봐 그걸 다듬어 들고 오셨다. 아파트 3층에 올라오실 땐 층계참에서 쉬어야 할만큼 쇠약해진 몸으로 그 무거운 걸 들고오신 거다.

 

그때마다 나는 어머니께 짜증을 낸다. “이게 뭐라고 가져와요? 먹지도 않는데, 무겁기만 하게.” 그러면 어머니는 “니 손 다칠까봐.” 이 한 마디를 혼잣말처럼 하신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무너진다. 자식들은 절대로 모른다. 얼마나 자신이 사랑받으며 자라왔는지를, 얼마나 단 음식을 먹었는지를.


음식은 이렇게 추억과 함께 산다. 가공된 음식, 패스트 푸드, 인스턴트 식품이 만연된 지금 우리 아이들은 어떤 음식을 가지고 어린 시절을 추억할지 궁금하다. 과연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 내 아이는 어떤 음식을 가지고 어머니를 추억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