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들이 지적하는, ‘이상한 제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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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서울과 제주를 오가다 보면, 서울에 사는 사람들이 제주에 사는 우리보다 제주도를 더 걱정하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사실은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민모임’도 서귀포를 사랑하는 육지 사람들이 고층 빌딩과 아파트로 서귀포다움이 사라지는 현지 문제의 심각성을 질타하면서 발족됐다.

정작 서귀포에 터를 잡고 매일을 사는 우리보다 서귀포를 더 염려하는 사람이 많음에 놀랐던 일, 지금도 생각하면 얼굴이 붉어진다.

최근 들어 서울의 한 모임에서는 제주도의 환경 수용능력이 화제로 떠올랐다. 관광객과 인구증가로 교통·하수·쓰레기 등의 환경문제가 제주도민의 삶의 질을 날로 악화시키고 있다면 과연 제주도는 몇 명까지 관광객을 수용해야 하는가? 제주도민들이 신음하고 호소하는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2016년도에 기록한 1600만명(실제 15,852,980명)으로 이미 오버투어리즘에 달한 게 아닐까?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보존하려면 우리라도 솔선해 제주 방문을 삼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중에 한 사람이 손을 번쩍 들면서 이의를 제기했다. ‘제주도는 생활의 하수보다 상수가 더 큰 문제’라고. ‘인구가 67만명인데 돼지가 55만 마리인 섬을 상상이나 하겠냐’며. 그것도 대부분이 ‘제주흑돼지’라는 브랜드로 사람보다 높은 중산간에 살면서 똥·오줌을 마음껏 배설하는 제주의 대표 상품임에랴.

그런데 이 돼지 주인들이 분뇨를 지하수와 연결되는 숨골에다 슬그머니 흘려보내 ‘언제까지 삼다수가 안전하게 유지될지가 걱정되는 상황’이란다. ‘물이 오염되면 섬은 끝장인데, 이상한 제주도가 아니냐?’는 호통에 모두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사실 제주도의 조사에 의하면 이 엄청난 돼지분뇨가 296개 양돈농가에서 매일 2846t이 배출되는데, 처리시스템의 수용량은 2591t에 불과해 하루 255t가량이 무단 방출되는 실정이다.

다음 주자는 제주도 해안가를 돌아가면서 경관이 수려한 곳마다 어김없이 터를 잡은 육상 양식장을 문제로 제기했다. ‘기분 좋게 제주올레를 걷다보면 제주와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검은색 차양막들이 거슬린다’면서. 수려한 제주의 자연경관을 해치는데다가 연안바다를 오염시키는데도 그 면적이 날로 늘어나는 게 걱정스럽단다. 제주도는 4면이 바다이고 육지는 세계인류유산의 소중한 자산인데, 왜 바다로 나가서 마음껏 수산업을 발전시키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그 사람. 강원도는 동해에 연어 외해양식을 성공시켜서 대한민국 수산업의 세계화를 선도하는데, 제주는 육지도 훼손하고 바다도 망쳐놓고 있으니, ‘이상하지 않느냐?’는 그 앞에서, 좌중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2016년 말 현재 제주도에는 358개소의 광어 양식장이 시설되어 있으며 이들이 직면한 경영현안은 양식장의 사육수 오염으로 폐사율이 절반에 가까운 상황에서 양식장으로 들어오는 바닷물의 오염도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가는 딜레마다.

이 우울한 연말 분위기를 쇄신하려는 듯 세 번째 화자가 우스개를 던졌다. 제주도는 ‘설문대 할망’이라는 여신이 치마에다 흙을 퍼 날라서 창조된 섬이고, 지금도 그 여신이 한라산 꼭대기에 머리를 두고 누웠는데, ‘정작 한라산 산신제를 드리는 사람들은 모두가 남자이니, 이상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사실은 제주도가 자랑하는 1만8000 신들은 대부분 여성이고 역사의 구원투수인 김만덕 할망은 오늘도 제주의 위상을 드높이는데, 제주여민회 대표에 의하면 ‘제주도는 남녀 임금격차도 크고 공적 영역에서 여성이 배제돼 ’말로만 여성의 섬‘인 상태다.

이 밖에도 난개발, 중국자본, 카지노 등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서울 사람들의 제주도 걱정에 ‘제주도의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모임’을 떠올렸다면, 위기를 경영하는 관계 마케팅의 한 방법임을 헤아려 주실 분이 혹여 계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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