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丁酉年)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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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논설위원
2017년 한 해가 저문다. 앞으로 닷새만 있으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정유년(丁酉年)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느낌에 따라 세월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사람도, 더디게 흘러간다는 사람도 있겠다. 매해 그러지 않은 때가 없지만 올해는 더욱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근현대사에서 보기 드문 사건ㆍ사고가 유독 잇따랐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국정농단 사태와 촛불혁명, 대통령 파면과 구속, 새 대통령 선출과 새 정부의 적폐청산, 세월호 인양, 중국의 사드 보복, 경북 포항 지진에 따른 사상 첫 수능 연기,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등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거다.

▲제주사회도 격동의 시기를 보냈다. 사상 초유의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 양돈분뇨 불법 배출 파문, 30년 만에 대중교통체계 개편과 시행 착오, 고교 실습생의 억울한 죽음, 강정마을 구상권 철회, 용역 부실ㆍ절차 무시 제2공항 반발 확산, 안갯속 도의원 선거구 획정 등으로 한시도 바람 잘 날이 없었던 터다.

그야말로 기쁨보다는 갈등과 대립, 좌절과 분노가 얼룩진 한 해였다. 그중 제2공항 논란은 최대 현안으로, 갈등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성산읍 반대 주민 대표자 등이 최근 제2공항 전면 재검토와 부실용역 검증을 요구하며 삭발투쟁에 나섰음에도 국토교통부가 건설절차를 강행하고 있는 탓이다.

▲제2공항과 관련된 현상과 문제를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허나 갈등이 촉발하게 된 계기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사자성어를 선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필자는 ‘순리를 거슬러 잘못된 길을 고집한다’는 의미의 도행역시(倒行逆施)를 선택하고자 한다.

이 성어는 중국 고전 사기(史記)의 오자서(伍子胥) 열전에 나오는 얘기다. 춘추시대의 오자서가 그의 친구에게 “도리에 어긋나는 줄 알면서도 부득이하게 순리에 거스르는 행동을 했다”고 말한 데에서 유래했다. ‘도리를 따르지 않고 무리하게 행하거나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을 뜻한다.

▲세밑을 맞아 국토부가 깊이 새겨 들어야 할 고사성어가 아닌가 싶다. 제2공항 사업 예정부지 결정부터 ‘입지선정 타당성 재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용역’ 발주에 이르기까지 국토부가 보여준 건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였기에 하는 소리다. 곧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가 온다.

그 전에 ‘타당성 재조사와 기본계획 수립’ 동시 발주를 수용하는 조건으로 도민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반대 주민들의 제안을 국토부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결자해지(結者解之)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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