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량(酒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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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술은 때로는 즐거움을 주기도, 위로를 주기도 하는 그런 존재다. 그러다가도 어느 순간 돌변해 악마의 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알다시피 적당한 술은 식욕을 돋우고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의사들은 적당한 음주량은 체질과 마시는 빈도에 따라 다르지만 종류에 관계없이 대개 하루 2~3잔이라고 말한다. 4잔을 넘어가면 ‘위험 음주’라고 경고하기 일쑤다.

그러나 술 권하기, 잔 돌리기, 2차 가기 등 우리의 음주 관행은 이를 지키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술자리가 이어지는 연말이면 더욱더 거스를 수밖에 없게 된다. 원하는 만큼은 고사하고 억지로 마셔야 하는 술도, 과음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모임에서 조금이라도 술을 멀리하는 것 같으면 이런다. “이 사람, 모처럼의 분위기를 깨고 그래”라는 핀잔이 쏟아진다.

▲주량(酒量)은 마시고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술의 분량을 말한다. 주당들은 사람마다 평생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정해져 있다고 한다. 이른바 ‘주량 총량의 법칙’이라 한단다. 젊은 시절 술을 너무 많이 하면 말년엔 마실 수 있는 술의 양이 확 줄어든다는 거다.

사실 무절제하게 술을 마시면 본인의 건강을 해치는 건 물론 가족과 주변에도 많은 피해를 주는 건 불문가지다. 술로 인한 사고, 범죄, 노동력 감소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다. 지난해만 9조4500억원을 넘어섰다. 1인당 술 소비량도 2015년 기준 9.1ℓ로 세계 상위권을 랭크했다.

그러다 보니 술이 간보다 뇌에 더욱 치명적이라는 보건당국의 섬뜩한 경고문마저 나오는 마당이다. 반강제로 술 권하고, 전투하듯 술 마시는 폭음문화가 빚어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다.

▲한국인의 적정 음주량은 소주를 기준으로 남자 5.9잔, 여자 2.9잔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권고한 지침이다.

근데 20~30대 청년 중 60% 이상이 여전히 ‘고위험 음주’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소주를 기준으로 남자는 8.8잔, 여자는 5.9잔 이상을 마실 때다. 식약처가 최근 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류 소비실태 조사 결과다.

근래엔 술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 게 미덕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부터 동양에선 계영배(戒盈杯)의 금도가 전해져 내려온다. 술을 70%까지만 채울 수 있도록 절묘하게 고안된 잔이다. 과유불급의 가르침이 들어있다.

어느덧 올해도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술은 알맞게 마시면 약이 된다는 건 다 안다. 하지만 사람이 술 마시다 결국 술이 사람을 마시면 갖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것도 불변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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