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대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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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서양에서는 개를 ‘견공(犬公)’이라 한다. ‘공(公)’은 작위(爵位) 반열이다.

사르트르는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것 말고도 같은 작가인 보부아르와 계약결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계약결혼은 폭풍과도 같은 파격적인 것이었다. 끝자락에 화제가 된 게 있다. 사르트르가 별세하자 고료 등으로 축적된 막대한 유산을 보부아르는 한 푼도 상속 받지 못했는데, 개는 상속을 받았다 한다. 계약결혼을 한 사이라 법적 부부의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유산이 개에게만 돌아갔다는 황당한 얘기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우리도 개를 어지간히 가까이 한다. 마당에 놓아기르던 이전의 누렁이가 아니다. 데리고 놀면서 즐기는 애완견에서,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하는 동무로 늘 데리고 다니며 같이 먹고 자는 자리에 와 있다. 반려견, 부부를 일생의 반려라 하는 바로 그 ‘반려’다.

애완과 반려의 차이는 더 현격해 요즘 개들은 천국에 살고 있다. 놀며 주는 것이나 받아먹는다 해서 ‘개 팔자 상팔자’라 한 것은 옛말이다. 곱게 입히고 온갖 치장에 심지어 일정 기간 투숙하는 전용호텔도 있다. 무슨 예방접종이니 하는 것은 웬만한 집에 기르는 개도 동물병원을 찾는 시중을 마다않는 세상이다. 사람의 삶이라고 다 이만큼 호사스러운가.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개를 영리하다고 영물(靈物)의 짐승이라 일컫는다. 평균적으로 165개의 단어를 이해한다 하니, 아이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인간의 감정을 읽는 민감한 통찰력에 아무리 잠을 많이 자는 개라도 프로 운동선수보다 체력이 더 좋다 한다. 가장 빠르다는 그레이 하운드라는 종은 시속이 72km라지 않는가. 청각이 발달해 외부의 기척에 쫑긋 귀를 세우다 수상쩍을 때는 맹렬하고 포악해지는 충직한 파수꾼, 예로부터 견마지성(犬馬之誠)을 다해 사랑 받는다.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는 주인을 따라가다 잠든 주인이 산불로 위험해지자 개울에 몸을 적셔 가며 주인을 살리고 지쳐 죽었다는 의견(義犬)설화가 있다.

최근 유튜브에 올라왔던 영상, ‘주인을 보호하는 충성스러운 강아지’ 얘기.

중국 귀주의 길거리에서 주인이 교통사고로 기절했다. 길바닥에 쓰러진 주인이 걱정되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주위 사람들에게 ‘도와 달라’는 눈빛을 보내는 개. 쓰러진 주인 곁에서 꼼짝 않다 구급차가 도착해 싣고 떠나려 하자 점프해 주인 곁으로 다가간다. 인간의 가장 좋은 친구는 반려견이란 말을 실감케 하는 장면이다. 이만하면 반려견의 충성이 감동적이 아닌가.

여행 갔다 10일 만에 집 앞에 내리는데 어떻게 알았을까. 마당에서 전에 않던 특이한 소리를 내더니, 가슴팍으로 뛰어들던 옛 개가 생각난다. 사람인들 세상에 그렇게 반겨 줄 이 있을까.

한 젊은 여인이 승차권을 따로 사 반려견을 차에 태웠다 노인에게 심하게 꾸중 듣는 걸 인터넷에서 봤다. “사람 탈 자리도 없는데 개를 앉히나?”에, “표를 끊었지 않아요?”라 맞받고 있었다. 승차권을 끊어 개를 차에 태우는 시대다. 놀랍긴 한 세상이다.

한편 유기견이 날로 늘어나는 것은 웬일인가. 비록 짐승이라지만 아끼던 것을 함부로 버릴 수 있는 걸까. 모를 일이다. 책임질 수 없을 것이면 아예 연(緣)을 맺지 않았어야 한다.

우리는 퍽 하면 개를 화중에 올린다. “개 같다”느니, “개같이”라느니. 며칠 후면, 황금의 개띠라는 무술년이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고 개에게 덤터기를 씌워선 안된다.

스스로를 돌아볼 일이다. 개에 덧대어 ‘개 같다’라 하면 그것도 구업(口業)이 된다. 개를 좀 대접하면 어떨까. ‘개만큼만 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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