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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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혜 수필가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는 우리 독서회 송년 파티의 명칭이다. 모두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사오육칠십 대의 회원들이 한결같이 이날의 환상을 꿈꾸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 정기 모임이 있어 그때 독서토론을 하고 써 온 글을 합평하기도 한다. 나아가 연말이 되면 아쉬운 마음에 송년 파티를 여는데, 미리 주제를 정해 스피치 시간을 갖는 게 특징이랄까. 이번 주제는 ‘무엇이 성공인가’로 정했다. 음식은 각자 한 가지씩 해 오는 게 전통이다.


그날, 회원의 카페인 콩자네를 완전 점령했다. 카페는 이미 성탄 분위기로 잘 꾸며져 있었지만 회원 중엔 파티 플래너 못지않은 실력자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선 정성껏 만들어 온 음식을 뷔페식으로 진열했다. 나는 고기를 넣은 감자크로켓을, 누구는 중국식 해물 채소 잡채를, 카페주인은 아보카도 날치알쌈을 내놓았다. 그 외에도 색색의 김밥과 유부초밥, 오곡 찰밥, 고구마 맛탕과 연근 튀김, 쑥 송편, 도토리묵, 과메기, 우리 스무 명이 먹고도 남을 케이크와 포도주 등 그 외 이름을 알 수 없는 명품 음식들이 차려졌다.


하늘에 성근별이 뜨기 시작하자, 케이크에 촛불을 밝히고 레드와인을 따라 서로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축배를 들었다. 우리의 아름다운 밤을 위하여, 위하여!!
식사가 끝나고 스피치 시간이 돌아왔다. ‘무엇이 성공인가?’


제일 먼 곳에서 온 회원이 첫 번째 입을 열었다. 그녀는 시인이며 중견 수필가이다. 그로서 이미 성공한 셈이나 그녀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삶을 위해 자신 삶의 반경을 확대시키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음이 성공이라 말했다.


현 회장은, 지난날 ‘싱크 빅’ 팀장으로 있는 힘 다하여 치열하게 살았던 땀의 대가가 지금 와서 생각하면 한낱 헛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지금은 산뜻한 아침을 맞고, 잠자리에 들면 유쾌했던 하루를 감사하며 사는 여유로운 삶이야말로 성공으로 가는 길이 될 거라 말했다.


콩자는 모두 알다시피 삼 년에 걸쳐 카페 건물을 짓고 막대한 노력을 들여 정원 조경까지 마무리했다. 이젠 정원에서 시화전을 열만큼 명소가 되었다. 그러나 그 힘들었던 과정은 아무것도 아닌 듯 그보다는 자신에게, 힘들 때 부르면 당장 달려와 줄 둘도 없는 친구가 있다는 걸 성공으로 내세웠다.


다음 회원은 치매 끼 있는 시아버지를 백이 세까지 잘 모신 바 있는 효부 회원의 차례였다. 근간에 그녀는 친정아버지가 한 말을 인용했다. “너는 성공했다” 반대하는 결혼을 하고도 잘 살아 낸 걸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인생은 성공이었다고 우리를 웃겼다. 그녀는 지금 사이버 대학 다문화과에서 4년 장학금을 받고 학업 중이다.
몇 사람 걸러 내 차례가 되었다.


무엇이 성공일까, 존경과 찬사와 우레 박수를 받는 것만이 성공일까. 물론 틀림없다. 그러나 그 빛나는 성공의 앞면엔 실패도 많았을 것이며 이면은 외로움과 허무였기 십상이다. 뒷면은 불안의 연속일지도 모르고.


칠십 대 중반인 내 눈엔, 나보다 연상인 모든 이들이 성공한 인생으로 보인다. 그 나이까지 살아왔다는 자체가 소설 열두어 권 분량의 사연을 헤쳐나 온 것 아닐까. 인내와 노력 없이 어찌 살아남았겠는가. ‘무엇이 성공인가’ 굳이 한마디 한다면 에머슨의 생각처럼, 내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떠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지구 한 귀퉁이라도 아름답게 하려고 꽃을 심는다.
사십 대 중반의 회원은 우리의 성공 타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그녀는 계속 정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우리 독서회에서는 금년 두 사람이 수필로 등단했다. 책을 읽다 보니 글을 쓰게 되고 글을 쓰다 보니 작가가 된 것이다. 돌아오는 새해 모임 때, 26집 문집의 출간기념회를 갖는다. 보다 나은 아름다운 삶을 위하여, 책에서 인생의 지혜를 배우고 풍요를 구하며 ‘우리는 하루하루 더 성공적인 사람이 되어간다.’(성남 ‘안나의 집’에 걸린 말)


오늘 우리를 화사하게 빛내준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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