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몸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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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중 논설위원
서기 612년 수나라 양제는 113만 대군으로 고구려 정벌에 나섰다. 고구려의 서북쪽 요동성을 친 뒤 서해를 건너 평양으로 진격하려 했지만 끝내 성을 함락시키지 못했다.

수나라는 30만명의 별동대로 다시 쳐들어왔으나 을지문덕의 지략에 빠져 대동강에서 몰사했다. 살수대첩서 살아 돌아간 군사는 2700명이 고작이다. 수나라는 4차에 걸친 공략에도 패퇴해 건국 38년 만에 패망의 길을 걸었다.

고구려의 영웅적 항전은 이뿐이 아니다. 수가 망하고 당이 일어난 후 645년 당나라 100만 대군과 맞선 안시성 혈전의 승리는 고구려인의 기개를 만천하에 떨쳤다. 고구려 군민의 일사불란한 결사적 항전에 당 태종도 무릎을 꿇었다.

대제국 수와 당에 대한 항전의 승리는 세계전사에도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의 긍지요 역사이다.

▲1994년 싱가포르는 길가의 승용차에 스프레이를 뿌린 미국 학생에게 태형(笞刑) 6대와 징역 4월을 선고했다. 태형이 비인간적인 형벌이라는 면에서 선처를 바라는 미국의 압박과 공세가 이어졌다.

허나 굴복할 경우 자국민 불신으로 국기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싱가포르 지도자들은 단호했다. 다만 양국 관계를 고려해 태형을 4대로 낮춰 집행했다. 당당히 자국의 권위를 지켜내며 국민의 존경을 받았고, 외교적으로도 건전한 우방으로 거듭났다.

대만도 중국으로부터 경제적 보복 등을 당했지만 굴하지 않았다. 2016년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차이잉원 정부가 출범했다는 이유다. 도리어 “대만이 굴복할 것으로 보면 오판”이라며 관광업계의 중국의존 체질을 개선 중이다.

베트남 역시 최근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국민 동원령까지 준비하며 대중국 강경책을 구사하고 있다.

▲근래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팔라우가 중국과 맞짱을 뜨는 기개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중국이 유커의 여행금지를 무기로 대만과의 외교 단절을 강요하자 일축했다는 게다. 오히려 “팔라우는 법치국가이자 민주국가로 우리의 결정은 우리 스스로 한다”고 맞받아쳤다.

국가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는데도 팔라우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존심과 대만과의 의리를 택했다. 국력이 우리와 비교도 할 수 없는 팔라우의 당당한 행보를 보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건 어째서일까.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에 나설 때 롤모델로 삼은 나라가 대한민국이었다. ‘하면 된다’는 신념 아래 국민들의 기개가 꿈틀거렸고 국운이 나래를 폈던 그런 나라다. 오늘날 객관적인 대한민국의 국격과 몸값은 어느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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