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취해 잘 놀았다…흐드러지게 핀 꿈이었나
예술에 취해 잘 놀았다…흐드러지게 핀 꿈이었나
  • 제주신보
  • 승인 2018.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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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민속자연사박물관
▲ 쉰 두 번째 바람난장이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진행됐다. 김해곤 作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여행’.

가볍게 내딛는 발걸음이면 좋겠다
밀주 같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기나긴 세월 속으로 새들도 오고가고

 

생각이 깊어지면 유물로 되살아날까
내 몫처럼 오래 앉아 한 시대를 풍유하는
아득한 숨결을 찾아 찐한 향기 다가온다

 

남겨둔 시간의 굴레 여기에 와 머물고
돌담 위에 올려놓은 설익은 마음도
동자석 소담한 미소 너만 보면 일렁거린다

 

이곳에선 멈춤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빗장을 연 정주석이 긴 안부를 물어오고
바람이 건네준 밀어 오늘 또 꺼내 읽는다

 

강상돈의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전문

 

▲ 이현지 연주가가 첼로 연주로 가브리엘 포레의 ‘꿈꾸고 를 선보이고 있다.

53회, 난장은 끝났다.
2016년이 저무는 날 성산읍 신천리 ‘팔운석’에서 시작된 문화패 바람 난장은 2017년이 저무는 날 민속자연사박물관 난장을 끝으로 당초 약속했던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난장을 펼치는 일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솔직히 기다려지기도 했다.
그야말로 잘 놀고 잘 먹고 즐거웠다.
그 과정에서 덤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예술 장르 간의 소통이었다.
시와 노래와 춤, 그리고 그림과 서예와 사진과의 만남이 이렇게 흥겹고 신명 나는 무대가 될 줄은 몰랐다.


오늘날의 모든 예술 장르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은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장르 간의 어우러짐, 그것은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화가 김해곤 선생의 제의로 이상철 제주국제관악제 집행위원장 등이 참여하면서 백록담에서부터 비양도 우도에 이르기까지 제주의 속살을 찾아 우리는 휘갈아 다녔다.


그동안 물 건너온 예술인들도 간간이 바람 난장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피렌체에서 오페라의 탄생이 그랬듯이, 서로의 장르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존중하는 새로운 문화운동’이라고 거들기도 했다.
마지막 난장은 그야말로 난장이었다.
사오십 명의 난장 가족들의 열기도 열기지만, 날씨도 부조하듯 봄날 같았다.

 

▲ 문상필 연주가가 향피리 연주로 '놀라운 은혜'를 선보이고 있다.

첼리스트 이현지 씨가 가브리엘 포레의 ‘꿈꾸고 나서’로 난장의 문을 열었다.
제주청소년 오케스트라 출신인 이씨는 독일 유학 이후 귀향하여 활발한 활동 중이다.
그 여운을 이어받은 문상필씨(제주여상고 교사)는 ‘천년학’이란 소금 연주를 했고, 국악기 ‘향피리’로 우리에게 익숙한 ‘놀라운 은혜(Amazing grace)'를 연주하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시극도 요즘 어엿한 문학의 한 영역이 되었다.
시낭송가 김정희 문영애 최현숙 씨가 시(詩)와 극(劇)이 접목된 시극을 선보이면서, 강상돈 시인의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란 작품도 낭송했다.


우리나라에서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에만 있다.
1984년 개관된 이후 연간 100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들이 이곳을 다녀갈 정도로 그 위상이 확고하다.
그야말로 제주의 ‘밀주 같은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곳이다. 하지만, ‘민속’과 ‘자연’이 분리될지 모른다고 한다.
정세호 관장은 “제주돌문화공원에 2020년 설문대전시관이 개관되면 ‘민속’을 그곳으로 옮기게 되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장영심 시인은 ‘불턱’이란 시를 직접 낭송했다.
‘콩가지에 누운 활소라 졸린 하품 한 번에/ 어머니 허기도 함께 바다처럼 익었다’는 대목에 이르러 한참을 울먹이는 바람에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 최현숙·김정희·문영애 시낭송가(사진 왼쪽부터)가 시(詩)와 극(劇)이 접목된 시극을 선보이면서 강상돈 시인의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를 낭독하고 있다.

난장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춤과 노래였다.
난장 가족들은 춤꾼 박연술의 춤사위와 소리꾼 은숙의 노랫가락에 따라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고추잠자리 떼처럼 박물관 앞마당을 빙빙 돌았다.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품격을 갖춘 또 다른 바람난장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난장에 재능기부를 해주신 예술인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글=오승철
그림=김해곤
음악=이현지(첼로), 문상필(향피리)
시낭송=김정희·문영애·최현숙·장영심
공연=춤꾼 박연술·소리꾼 은숙
사진=허영숙
음악감독=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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