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신화와 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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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제주 신화를 졸여서 만든 게 만화고, 만화를 졸여서 만든 게 영화다. 음식도 졸이면 졸일수록 맛있다.”

네이버에 만화(웹툰) ‘신과 함께’를 3년간 연재했던 만화작가 주호민 씨가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제작발표회에서 한 말이다.

영화는 망자와 그를 안내하는 저승의 삼차사(三差使)가 49일 동안 7개의 지옥(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에서 재판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제주 신화는 원작자의 말처럼 웹툰, 영화로 졸이면서 작가적 상상력과 통찰력에 흥미와 의미를 더해 대중들을 끌어모았다. 여기에 소재가 된 것이 ‘차사본풀이’ ‘서천꽃밭’ 등 제주의 대표적인 신화다. 차사본풀이는 귀양풀이나 시왕맞이굿에서 심방(무당)이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은 차사에게 망인을 구박하지 말고 고이 저승까지 잘 데려가 주도록 기원하는 의례다. 서천꽃밭은 제주도 무속 신화에서 서역 어딘가에 있다고 믿어지는 꽃밭이다. 여기서 피는 꽃을 망자에게 뿌리면, 살살꽃은 살을, 뼈살꽃은 뼈를, 도환생꽃은 영혼을 되살아나게 해준다고 한다.

▲영화는 이미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흥행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만화는 단행본으로 묶어 50만 권 넘게 팔렸으며, 만화 선진국인 일본으로 역수출됐다. 게임, 뮤지컬, 소설 등으로 만들어지면서 웹툰계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작자는 “우연히 제주 신화를 읽게 됐는데 다양한 캐릭터에 끌렸다”고 했다. 이 과정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건 다 뻥이다” “신은 하나다”라는 댓글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쨌든 영화와 웹툰은 제주 신화의 재발견이다. 그러면서도 제주인이기에 크게 한 방 먹었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어쩌면 부끄럽고 창피하다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사실 제주인이라면 누구나 제주는 ‘신화의 섬’이라고 한다. 설문대할망, 삼승할망, 자청비, 영등할망 등등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무려 1만 8000신들이 있다고 한다. 대개는 여기에서 멈춘다. 간혹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옛날이야기가 추가될 정도다. “제주의 것이 최고다”라고 하면서도 집마다 제주 신화책은 없고 대신에 그리스ㆍ로마신화는 몇 권씩 꽂혀있다. 당연히 제주 신화를 모르면서 그리스ㆍ로마신화를 아는체한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제주 신화의 상당 부분은 무속 신화다. 무속을 천시하는 분위기는 여전하다. 문화로 접근하지 않고 종교적 잣대를 들이대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일부 전문가들의 책 속에만 있다. 밖으로 꺼내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해야 한다. 대중들과 친숙하게 해야 한다. ‘신과 함께’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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