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2004년에 제3회 세계섬문화축제를 개최한다는 원칙 아래 일을 추진키로 하는 모양이다. 이쯤 되면 제주도 당국의 고집도 알 만하다.
1회 때부터 세계섬문화축제는 과욕이요, 무리였다. 외국 섬의 참가팀들이 자진해서 오는 게 아니라 제주도가 사정사정하면서 항공료-숙박비를 대어 주어야 막무가내로 응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여비 대어 줄테니 제주관광이나 하라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도민들의 호주머니에서 관람료를 징수했지만 적자투성이 뿐이요, 행사를 치르느라 도의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었다. 그렇다고 두 번의 섬문화축제로 인해 제주도가 세계에 널리 소개되어 관광에 큰 보탬이 되었다는 뚜렷한 정황도 없다. 도리어 제2회 섬축제때는 외국의 가짜 출연팀 탈출 소동까지 벌어져 국제적 망신만 당했는가 하면, 행사기간 내내 관계자들끼리 자중지란이 일어나 엉망진창이 되다시피 했었다.
사실 1회 섬축제 추진 때는 이 행사를 매년 개최키로 했었다. 그러나 막상 행사를 치러본 결과 문제가 간단치 않음을 발견했다. 심지어 폐지론까지 나왔으나 결국 2년 격년제로 결정이 나 2회 대회까지 치렀다. 하지만 2회 대회는 1회 대회 때의 경험이 있음에도 더욱 형편 없이 실패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두차례의 섬축제를 통해 200억원에 가까운 돈만 날려 버린 꼴이 되었다.
우리는 다시 강조하거니와 섬문화축제 실패는 두 번으로 끝나야 한다. 따라서 2회 축제를 마지막으로 없애는 것이 좋겠다. 뭣이 아쉬운지 제주도는 일이 여의치 않을 경우 참가 규모, 기간, 예산을 과감하게 줄이고 개최 연도도 2005년으로 연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개최하는 쪽으로 나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제주도가 섬축제를 그토록 아쉬워한다면 차라리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세계 섬들이 순번제로 개최하는 문제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외국 섬들이 이에 쾌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동안 남 좋을 행사만 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섬축제 개최는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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