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에 대한 단상
나이에 대한 단상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고경업 논설위원
2018년 무술년(戊戌年)이 시작된 지 벌써 열흘이 됐다. 새해가 들어서자마자 나이 한 살을 더 먹었다. 우리나라는 새해 첫날 전 국민이 동시에 나이를 먹기 때문이다.

이런 셈법을 ‘세는 나이’ 방식이라고 한다. 출생 순간 한 살을 부여하고 해가 바뀔때, 즉 새해 1월 1일마다 한 살씩 나이를 먹는 체계다.

이른바 ‘한국식 나이 계산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에 따라 12월 31일에 태어난 아기는 출생한 즉시 한 살이고, 다음 날인 새해 1월 1일엔 두 살이 된다.

반면 새해 1월 1일에 태어난 아기는 그냥 한 살이다. 두 아기는 비록 하루 차이로 태어났지만 나이는 엄연히 한 살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국제적인 표준은 0살로 태어나 자신의 생일이 지나면 나이를 먹는 ‘만 나이’이다. 우리를 제외하고 전 세계가 쓴다.

그러다 보니 한국인들은 외국인보다 적게는 한살, 많게는 두 살 먼저 나이를 먹게 된다. 물론 우리나라도 1962년부터 민법상 공식적으론 ‘만 나이’를 적용하고 있다.

▲돌아보니 어느덧 50대 중반이 됐다.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나이만 먹은 듯하다. 낙하하는 물체에 가속도가 붙는 것처럼 나이가 들수록 삶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는다. 어릴 때는 참 더디게 가더니 점프하면서 왜 이리도 빨리 간단 말인가. 나는 그대로인데 시간만 가는 것 같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는 말이 실감난다. 10대엔 시간이 시속 10㎞로 천천히 가더니 30대엔 30㎞, 50대엔 50㎞로 점점 빨라진다. 이와 관련해 19세기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한 사람이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느끼는 일정 기간의 시간의 길이는 인생 자체의 총 길이에 따라 변한다”고 했다.

부연하면 열 살 아이에겐 1년은 살아온 삶의 10분의 1이고, 쉰 살 사람에겐 50분의 1이라는 것이다. 만약 태어난 지 1개월밖에 안 된 아기라면 1주일은 무려 살아온 삶의 4분의 1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1주일이 영원처럼 계속되는 긴 시간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인생을 축구 90분 경기와 비교하곤 한다. ‘전반전 45분, 후반전 45분’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스물 살은 전반 20분이고, 마흔 살은 전반 40분이다.

쉰 여섯 살은 후반 11분이다. 한창 활동할 나이다. 백 살을 연장전으로 치면 ‘인생 결승골’은 후반전이나 연장전에 터질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인생의 황금기’는 50대 이후라 할 수 있다. 이 세대들이 희망을 갖고 한 해를 보내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일까. 필자의 기대감도 크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