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퍼민트 당신을 사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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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철 제주대학교 화학·코스메틱스학과 교수

누군가 읊었다. 만일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당신을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세계를 사랑하고, 당신을 통해 나 자신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정희성은 ‘그리운 나무’를 표현했다. 나무는 그리워하는 나무에게로 갈 수 없어/애틋한 그 마음 가지로 벋어/(…)/사랑하는나무에게로갈수없어/나무는 저리도 속절없이 꽃이 피고/ 벌 나비 불러 그 맘 대신 전하는 기라/ (…)/바람 불어 그 향기 실어 날려 보내는 기라.


향기는 정다운 꽃의 언어이다. 연둣빛 난꽃이 곱게 미소짓기 시작했다. 난은 은은한 향기로 사랑을 속삭인다. 난은 매혹적인 향기보다 깊은 향기가 더 매력적이라고 표현하며 미소짓는다.


눈에 잘 띄지 않고, 평범한 모습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도 진지하게 열심히 꽃을 피우고 있다. 내 마음 속에 난꽃이 피면 지구의 한 모퉁이가 깨끗해질 것이다. 지난 봄 돌담 옆에 웅그리고 앉아 미소짓던 소담스런 현호색꽃이 무척 그립다.


내가 현호색꽃을 사랑하면 당신을 통해 지구는 깨끗해지고 아름다울 것이다. 꽃 한 송이는 그냥 꽃 한 송이가 아니고, 상쾌한 지구를 가꾼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나태주의 표현)


겨울이 깊어지면서 집 정원의 무화과나무, 은행나무, 대추나무, 감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혹한과 마주하고 있다. 페퍼민트, 로즈마리, 은·금목서, 편백나무, 동백나무, 먼나무 등은 늘 푸른 식물로 자신의 특성을 뽐내고 있다. 겨울이 깊어가면서 그 식물의 심성이 확연히 들어난다.


눈이 올 때 피라칸서스(꽃말; 알알이 영근 사랑)와 먼나무는 수많은 수정알들을 빨갛게 물들이는 것 같았다. 이제는 자연을 향해 사랑의 산물을 붉게 태우고 있다. 찬 바람이 모질게 불어올수록 굳은 씨열매는 더욱 단단해지고 붉은 얼굴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홀딱 벗은 자목련은 어린 꽃눈을 안고 칼바람에도 꼿꼿하다. 여린 꽃눈에게 굳센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목은 칼바람에도 당당한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해 여름 태풍 때도 둥치와 가지가 상처입지 않고 모진 운명에 저항하고, 극복하는 모습에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혹독한 시간 속에 나무는 도리어 속이 깊어진다. 이 자목련도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올 봄에는 어떤 모양과 색깔의 꽃으로 자연을 사랑하고 장식할까?’ 등을 생각하면서 참선삼매에 빠져있다.


지난 한해 동안 사시사철 대화를 가장 많이 나눈 친구는 장미처럼 화려한, 능소화나 접시꽃처럼 고혹적인 아름다움을 치장하지는 않았지만 정겨운 페퍼민트이다. ‘멘톨’ 성분에 의해 피부에 청량감을 선사하는 페퍼민트는 한 해동안 잔디로, 천연 향수로, 구취 제거제로, 은은한 차로, 방충제 등으로 친숙해졌다.


물론 피부의 윤기와 탄력을 유지해주는 ‘보르네올’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로즈마리도 지난 해 많은 즐거움을 준 친구이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면서 지구를 의미있게 가꾸는 사랑법을 터득하고 있다.


향기로 정답게 사랑을 속삭이는 이들의 자태는 아름답다. 로즈마리는 페퍼민트와 동백나무를 통해, 페퍼민트는 로즈마리와 은목서를 통해 모든 사람을 사랑한다. 열정적인 사랑을 표출하는 동백나무의 빨간 꽃은 로즈마리와 페퍼민트를 향해 웃고 있다.


우리 모두 페퍼민트, 로즈마리, 캐모마일, 혹은 자스민 등으로 제조한 차를 마시며, 허브 향을 통해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과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성숙시키는 의미있는 무술년 개띠 해가 되길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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