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세미오름-눈 쌓인 오름은 한 폭의 동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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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에 샘물이 있어 '세미'라고 불리워져
남북으로 뻗은 말굽형…제주 북동 전망 한눈에
▲ 세미오름 탐방로 입구에서 바라본 오름 정상부. 눈이 쌓여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케하고 있다.

지난 5일은 새해가 된 후 처음 맞는 24절기인 소한(小寒)이었다. ‘대한(大寒)이 소한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추운 시기다.

 

소한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날 제주에 많은 눈이 내렸다. 동트 전 이른 아침 제주시 조천읍 대흘리에 위치한 세미오름을 찾았다.

 

겨울철 새벽녘 아침 눈이 소복이 쌓인 오름은 그야말로 한 폭의 수묵화다. 소나무의 사시사철 푸르름도 눈에 묻혀 온통 흰색과 검은색 뿐이다.

 

전설의 인물 전우치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주인공 전우치가 현세에 나타나 족자(簇子)의 그림 속을 드나들 듯 오름에 들어 설 때부터 하산해 오름 밖으로 나올 때까지 마치 그림 속을 거닐다 온 기분이다.

 

세미오름이라는 이름은 오름 자락에 ‘샘’이 있어, 샘의 제주어인 ‘세미’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세미와 비슷한 발음의 한자어를 빌어와 사미악(思未岳), 또는 샘이라는 뜻의 한자로 천미악(泉未岳)이라고 한다.

 

세미오름은 제주시에서 번영로로 진행, 남조로로 가는 교차로를 더 지나면 ‘세미오름’ 이라는 안내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 표시판을 따라 우회전 후 곧바로 번영도 도로 밑으로 좌회전하면 세미오름 주차장과 함께 오름표지석이 우뚝서 있다.

 

오름표지석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오름 입구가 나오고 이 곳에서 몇 걸음 옮기면 ‘오름정상’이라는 팻말이 탐방객을 반긴다. 이 지점에서 길이 좌우로 갈리는 데 어느 곳을 택하든 상관없다.

 

이번에는 오른쪽을 택했다. 이 탐방로는 경사가 심하지만 인위적인 타이어매트나 야자수매트가 없는 자연 그대로의 길이다. 그렇다보니 눈 날씨가 아닐 때도 솔잎이 쌓여 미끄러운데, 다행히 튼튼한 동아줄이 탐방로 옆에 설치돼 있어 산행이 훨씬 수월하다.

 

 

▲ 조천읍 대흘리에 위치한 세미오름 숲터널 탐방로.

소나무를 비롯한 온갖 잡목들이 탐방로를 아치처럼 감싸고 있는 가운데 눈 마저 소복히 쌓여 마치 결혼식때 카펫을 밟으며 주례석 앞으로 걸어가는 기분이다.

 

이른 아침 찬 공기 속 발 밑에서 들려오는 ‘뽀드득 뽀드득’하고 눈 밟는 소리만이 오름 속 적막함을 깨운다.

 

눈을 감상하며 20분 남짓 오르니 정상.

 

이 오름 산등성이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길게 뻗어 있고, 서쪽은 완만하고 평평한 등성마루를 이루면서 남서쪽으로 완만하게 벌어진 말굽형이다.

 

정상 산등성이를 따라 계속 걸음을 옮기니 하얀 눈밭에 산불감시초소가 외롭게 서 있다.

 

이 지점에 서니 사라봉에서 성산일출봉까지 제주 북서쪽 전경이 한눈에 들어 온다. 제주 온 섬이 눈에 쌓여 추위보다 오히려 포근함이 느껴진다.

 

눈 덮인 제주 풍광을 마음껏 가슴에 담고 맞은편 방향으로 하산길을 잡았다. 올라올 때 택했던 길보다 경사가 더 심해 보인다. 역시 옆에 매어진 동아줄에 의지해 하산했다.

 

하산지점에서 출발지점으로 가는 오름 둘레길 역시 눈에 덮여 더 운치 있다. 쌓인 눈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덧 출발지점이다. 기분 좋은 산행이었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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