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감귤산업이 살아 숨 쉬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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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제주감귤농협 조합장/논설위원

2017년은 제주감귤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불로초 감귤이 ‘농식품 파워 브랜드’ 대통령상을 수상함으로써 제주감귤이 제1의 국민과일로 부상됐고, 2016년에 이어 작년에도 감귤가격의 고공행진이 거듭되면서 그 위상이 한라산 백록담처럼 제자리를 굳히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제주감귤농협에서 내건 ‘제2의 감귤전성시대를 열겠다’는 전략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된 것 같아 흐뭇하다. 농가들의 성원과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도록 함께 노력해 갔으면 한다.

한때 감귤이 대학나무시절인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전국을 돌아다녀 보면 타 품목 중에도 대학나무가 있었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감귤나무 이외에도 지역에 따라 소득이 높은 작목은 대학나무 또는 대학작물로 불렸던 게다. 그렇지만 축 처져 있던 감귤이 급부상하게 된 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가장 큰 이유는 ‘기후환경이 변화됐기 때문이다’라고 본다. 감귤은 아열대작물로 아열대기후환경에 처해야 제 특성이 발현된다. 감귤 재배에 적합한 환경에 처하게 되면 굳이 특별한 재배기술이 필요 없다. 하지만 이상기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그에 대한 대응이 절실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다. 어릴 때 자라던 고향 모습은 지금 어떻게 달라졌는가? 그런데도 감귤원은 옛 모습 그대로 있지 않은가? 환경의 변화에 걸맞게 재배기술도 변해야 됨에도 지금까지 해오던 관행 방식대로 영농하고 있는 일부 농가를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1960~1970년대에 심었던 감귤나무는 40~50년 생이 되고, 노쇠해져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음에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감귤산업의 생명력이 지속적으로 살아 숨 쉬려면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고품질감귤 생산을 위한 방향을 잘 인지하고 그 방향성에 맞게 차근차근 실천해 갈 때이다.

또한 기후가 점차적으로 온대에서 아열대환경으로 전환이 되면서 품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져야 될 것이다. 사계절이 분명한 온대기후환경에서는 숙기가 빠른 극조생 계통으로 관심이 집중됐지만 점차 아열대기후 환경으로 변화되면서 종래 적산온도 부족으로 생육기간이 짧아 재배되지 못했던 중·만생품종이 선택의 대상이 되고 있음을 주시해야 할 것이다. 생육기간이 긴 품종일수록 당도가 높아 품질이 우수한 반면 짧은 품종일수록 수확은 빠르나 당도가 낮고 과피가 연약해 손상되기 쉬운 단점이 있다.

예로서 숙기가 늦은 ‘이시지’ 품종은 생육기간이 연장됨에 따라서 완숙되고 품종 제 특성이 발현되고 있다. 종래 숙기가 빠른 극조생 계통의 궁본조생은 과피 착색은 지연됐지만 과육은 빨리 성숙되는 과육선숙형으로 추석을 전후해 수확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관행 재배기술을 되풀이 해 과거와 동일한 시기에 수확을 하려 하면 고온에 의해 산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당도가 낮아져 부패로 이어지 때문에 상품성이 낮아진다. 타이벡 멀칭재배를 하거나 비가림재배를 해 고온건조 환경을 만들면 고당도의 극조생 감귤이 탄생될 것이다.

조생계통인 궁천은 과피선숙형으로 착색돼도 새콤달콤해 저장을 많이 하고 이듬해 1~2월까지 출하됐지만 최근에는 환경 변화에 의해 과육선숙형으로 맛이 변하고 달콤해져 시장 가격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보더라도 잘 알 수 있지 않은가.

극만생 온주계통인 카라향만 보더라도 과거에는 엄두도 못 냈을 터인데 비가림으로 재배한 결과 이듬해 4~5월에 출하되고 있어 숙기가 늦은 계통이 이른 계통보다 빠르게 출하되는 이변이 나타나고 있다.

서두르지 말고 다품종 연중 생산할 수 있도록 품종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주체는 품종이 아니고 농업인이어야 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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