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이 넘은 나이에 시가 왈칵 터져나와 늦깎이 시인으로 등단했습니다. 10대 문학 소년의 꿈을 이제야 이룬 것 같네요.”
서귀포시 동홍동에 살고 있는 산억수 시인(74·사진)이 시집 ‘바람공쟁이’를 펴냈다.
산 시인은 꿈을 이루기 위해 예순이 넘은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배움은 꿈도 못꿨다고 한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은 열정에 그는 제주대 안성수 교수의 강좌를 듣고 2011년 ‘현대수필’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산 시인은 “수필가로 등단하고 나서도 늘 목말랐다”면서 “그러다 우연히 2014년도에 탐라도서관에서 시강좌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수강하게 됐다”고 밝혔다.
시 세계로 입문하는 순간이었다. 산 시인은 김광렬 시인과 나기철 시인의 강좌를 듣고 시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산 시인은 “누가 버린 명문장이로도 있나 해서 시 강좌를 기웃거리게 됐는데 시가 너무 재밌고 물이 흘러가듯 시가 술술 쓰여졌다”고 말했다.
2016년 제13회 문학세계문학상에서 시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치매’. 우리 시대 노년기 삶의 절박한 치매 질환에 대해 시의 화자를 통해 확실한 문학적 진단과 처방을 내린다.
산 시인은 “입선만 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을 받았다”면서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나이가 됐는데 시인으로 등단한 만큼 시집을 내보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늦더라도 더 멀리 보고, 앞으로도 시집을 계속해서 발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기철 시인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 등단하고, 시집을 펴내는 경우는 드물다. 가슴 뭉클한 시인의 삶이 책속에 담겨있다”며 시집 발간을 축하했다.
도서출판 천우刊,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