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집 헛소리를 읽다
수필집 헛소리를 읽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영호/시조시인

얼마 전 폭설로 3일 간 바깥출입을 못했다. 덕분에 쌓아뒀던 시집, 문학지 등을 훑어보았다. 지난 해 말 간행한 은석(恩石) 조명철(趙明哲) 선생의 여섯 번째 에세이집 ‘헛소리’도 다시 펼쳤다. 은석 선생은 평소 존경하는 분이고, 지금껏 인연의 끈을 단단히 잡고 있기도 하다.

 

때때로 지인들과 대화하다 ‘제주에도 원로다운 원로가 있기는 있냐?’ 고 누가 물을 때면 서슴없이 은석 선생을 먼저 떠올린다.

 

왜냐면 30대에 중등 교장을 할 정도로 탁월한 교육 정책과 비전으로 2세 교육에 크게 이바지한 교육자요, 일찍 문학에 눈을 뜨고, 대학에서는 박목월, 김영삼, 문덕수 시인들에게 강의를 듣고 문학에 심취하였다.

 

그 후 수필집을 여섯 권이나 상재했고, 제주문인협회장, 제주문화원장, 제주 4.3위령사업범도민추진위원회위원장 등을 역임하면서 사회 각 분야 발전에도 남다른 노력을 기울인 분이다.

 

그래서 교육, 문학, 사회, 종교 등 모든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보는 눈이 또한 밝은 분이다. 또한 미수(米壽)를 몇 년 앞둔 나이지만, 내외모적으로 신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은석 선생은 첫 수필집 ‘아내의 미소 웅녀의 미소’를 시작으로 ‘신호등과 돌하르방’, ‘그 사잇길에’, ‘까치가 우는 산’, ‘허와 실의 두 얼굴’, ‘가는 바람 오는 빛’을 출간하면서 주옥같은 300여 편의 수필을 발표했다.

 

윤재천(수필가) 교수는 ‘작가 조명철의 작품은 소재나 주제의 깊이, 철학성이 남다르고 강렬할 뿐만 아니라, 문장구조나 수사법까지도 아주 치밀하다. 인생의 무게가 실린 중후함과 진지함까지 함께 담고 있어 아주 남다르다.’ 고 했다.

 

강범우(문학평론가) 교수도 ‘조명철 선생의 작품에는 지적(知的) 오만이나 과장이나 허세가 없어 좋다.

 

어는 쪽을 들어 읽어보아도 소박한 작자의 인간됨을 만난다.’ 라고 평했다. 이번에 발간한 ‘헛소리’ 수필집엔 ‘너도 부처 나도 부처’ 외 43편이 들어 있다.

 

특히 제6장 나의 스승 이야기엔 도인의 풍모를 지닌 오응삼 선생, 제주어 사랑의 화신 현평효 선생, 도전과 해학의 스승 강석범 선생, 바다와 같은 스승 김황수 선생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 있다. 잔잔한 감동과 더불어 그분들의 삶을 엿볼 수도 있다.


헛소리란 ‘...헛은 허(虛)와 ㅅ이 합쳐진 것이니 ‘허의 소리’다. ‘허의 소리’는 헛된 소리나 빈말이 아니다. ‘욕심을 비워낸 소리’라 해야 할 것이다. 즉 ‘마음을 비우면 의리가 와서 살고, 마음이 실다우면 물욕이 들어오지 않는다.’ 고 책머리에서 말하고 있다.

 

은석 선생의 글에는 삶의 철학과 이정표가 들어 있다. 멋진 원로들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러면 제주의 품격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